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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2004년 이후 12년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재가입한다. 민주노총이라는 거대한 외부 힘을 등에 업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향후 분사 등 사측이 진행하는 구조조정에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6개 비조선부문 분사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현대중공업은 금속노조라는 큰 벽에 부딪치게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산별노조 가입을 위해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투표 조합원 8917명(76.3%) 찬성으로 금속노조 가입 건을 통과시켰다고 이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오전 6시 30분부터 22일 오후 1시 30분까지 3일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투표는 울산 본사와 전북 군산, 충북 음성, 서울 등지에서 조합원 1만4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참가 인원은 총 1만1683명(80.9%)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과 관련해 금속산업연맹에서 제명당한 뒤 12년만에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번 투표를 가결시켰다"면서 "이번 결과로 대부분 조합원들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분사 등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지위와 보호를 받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조합원 1인당 3만원인 금속노조 가입기금을 납부할 것"이라며 "금속노조로 전환을 위한 여러 절차들을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분사 등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민주노총이라는 외부 힘을 등에 업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강한 반발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간 분사로 인한 조합원 감소로 노조의 힘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이번 금속노조 가입 역시 자칫하면 구조조정 투쟁에 대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산별노조 전환으로 투쟁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분사 등 구조조정에 거세게 맞서면서 임단협 타결을 주도해 나간다게 현대중공업 노조의 분위기다.
업계는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점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뜩이나 수주절벽에 처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불황 타개에 큰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계열사들이 노사화합으로 일감확보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내 임금 및 단체협상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결정한 이후 임단협을 미뤄왔다. 분사 결정을 철회하기 전에는 임단협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발 수주로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번 금속노조 가입은 커다란 걸림돌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이 모두 한걸음씩 물러나야만 갈등이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들의 노사 화합을 본받아 불황 극복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