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30만명 수송 500만원 든 가방 주인 찾아주는 등 미담도 잇따라
  • ▲ 수서발 고속철과 승무원.ⓒ㈜SR
    ▲ 수서발 고속철과 승무원.ⓒ㈜SR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시대를 연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순항하고 있다. 다음 주면 어느덧 개통 2개월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렇다 할 과오 없이 빠르게 안착하는 중이다.

    호남고속철 개통 초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축적된 노하우에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을 참작하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설 연휴 기간 30만명 이용… 국민의 발 자리매김

    SRT는 3일로 개통한 지 57일째를 맞았다. 지난달 말 현재 연인원 246만3000여명이 SRT를 이용했다. 하루 평균 4만5600여명꼴이다.

    액운을 물리친다는 레드와인색(팥죽색)을 주된 색으로 채택한 게 신의 한 수였을까. SRT는 개통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사고가 없다.

    고속철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유니폼을 SRT 차량과 같은 레드와인색으로 정하고서 "전통적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칠 때 사용했던 붉은색을 통해 안전을 중시하는 SR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었다.

    SR은 개통에 앞서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여객운송약관을 신고했다. 회사 책임으로 열차 운행이 중지된 경우 환급은 물론 추가 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철도분야에서 배상금 제도를 도입한 것은 SR이 처음이다.

    SR에 따르면 누군가 좌석에 붙여놓은 껌이 나중 승객 옷에 들러붙거나, 지난해 12월22일 부산 동구 금정터널 끝 지점에서 갑자기 멈춰선 KTX로 말미암아 열차가 지연하는 등 그동안 크고 작은 배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열차 운행과 관련해 정비 불량 등 운영사의 직접적인 귀책사유로 배상한 사례는 아직 없다.

    SR 관계자는 "겨울철 날씨 변화에 따른 감속 운행으로 열차가 지연돼도 배상이 이뤄지지만, 이런 사례는 안전운행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이례 사항을 제외하면 아직 사고로 인지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R은 출범 전부터 안전을 강조했다. 개통을 앞두고는 강도 높은 훈련을 시행했다. 신규 기장은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4만여㎞의 운전실무수습을 받았다. 이는 기존 고속열차 교육훈련보다 4배쯤 많다.

    역무원과 객실장도 주요 항공사 서비스교육 기간의 2배에 달하는 20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철두철미한 준비가 '무사고 SRT'의 초석을 다진 셈이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금세 알아본다. 접근성과 편의성, 서비스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SRT는 처음으로 맞은 대수송기간인 지난 설에 120%의 몫을 해냈다.

    지난달 26~30일 닷새간 SRT가 실어나른 귀성·귀경객은 30만2000명을 넘는다. 애초 예상했던 26만8000여명보다 3만4000여명이 많다. 수입금을 기준으로 하면 목표 대비 119.9%를 달성했다.

    연휴 첫날인 26일에만 5만6000명을 수송했다. 예상 수송인원 4만2000명과 비교하면 135.4%의 수송실적을 보였다.

    기존 KTX보다 평균 10%쯤 저렴한 요금에 강남·수서권 일대, 경기 동남부지역 주민의 이용 편의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설 승차권 예매 첫날인 지난달 12일 발생한 전산시스템 장애는 옥에 티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추가 장착한 웹 가속기(압축 데이터 처리 장치)의 설정값이 잘못되는 바람에 예매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장비 납품업체 직원의 단순실수로 밝혀졌지만, 일찌감치 일어나 접속을 시도했던 많은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SR 관계자는 "서버를 확충하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시험을 했는데 어이없는 실수로 고객 이용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 ▲ SRT 일반실 좌석.ⓒ㈜SR
    ▲ SRT 일반실 좌석.ⓒ㈜SR

    ◇작은 배려 큰 감동… 감사편지 등 미담사례 잇달아

    예매 사이트 먹통 사례가 뼈 아프긴 하지만, SR이 안전과 함께 역점을 두는 분야가 바로 서비스다. SRT는 KTX보다 저렴한 요금에 더 나은 서비스를 구호로 내세워 출발했다.

    SRT 열차에는 다양한 승객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모든 좌석에는 노트북 등을 놓을 수 있는 접이식 탁자와 220V 전원 콘센트, 시력 보호를 위한 미색 LED 조명을 설치했다.

    무선인터넷 용량은 특실은 100메가바이트(MB), 일반실은 50MB로 넉넉하다. 빠른 4G 모뎀을 사용해 속도도 빠르다.

    좌석 간격은 960㎜로, 무릎 공간이 KTX-산천보다 57㎜, KTX보다 75㎜ 더 넓다.

    특실(33석)은 우등고속버스와 같은 3열 방식으로, 국내 양산 철도차량 최초로 항공기형 밀폐식 선반을 도입했다. 높낮이 조절 목베개와 전동식 젖히는 의자도 갖췄다.

    특실 옆 4호차는 노약자·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지정, 운영한다.

    승무원의 고객 만족 서비스도 호평이 이어진다. 개통 전인 지난해 11월22일에는 영업시험운전 도중 전달된 고객의 감사편지가 화제가 됐다.

    자신을 세진·세영 엄마라고 밝힌 한 고객은 SR에 편지를 보내 승무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내용인즉슨 자녀가 감기에 걸려 있었는데 승무원이 열차 온도가 괜찮냐며 신경 써주고 지루해하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승객은 "평소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데 참, 딴 회사와 차별적인 것 같다"며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해줘 고맙다. 좋은 모습 남기고 간다"고 마음을 전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수서역 직원들이 5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가방을 승객에게 찾아줘 훈훈함을 더했다.

    이날 광주발 SRT를 탄 김모(56)씨는 오전 9시45분 수서역에 도착한 뒤 깜빡 잊고 검은색 가방을 두고 내렸다. 가방에는 현금 200만원과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이 들어있었다.

    가방은 청소용역업체 직원 김모씨가 발견해 곧바로 수서역 안내센터로 보내졌고, 역무원 이모씨가 가방 안에서 연락처를 찾아 김씨에게 온전히 돌아갔다.

    가방 주인 김씨는 연락을 받고서 수서역 근무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가방을 찾은 뒤에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직원들에게 간식을 한 턱 쏘기도 했다.

    고객은 작은 것에서 감동한다. SR 직원들은 당연한 일을 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과 작은 배려에 고객은 무한 감동을 한다.

    김복환 SR 대표이사는 "안전하고 쾌적한 고품격 서비스를 최고의 경쟁력으로 삼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