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의존 높은 중간재 피해 가능성 높아 "중국에 대한 의존도,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지적
  • ▲ ⓒ뉴시스
    ▲ ⓒ뉴시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됐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현지시간 6일 자정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2주 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고,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수출 5737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은 1421억달러로 대중 의존도가 24.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만큼 이번 무역전쟁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새우등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는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국가 10개국 중 한국이  룩셈부르크, 대만,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이 한국경제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역전쟁이 장기전이 될 경우 한국도 타격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중국에 소비재로 직접 수출하는 경우 미국의 중국 제재와는 무관하지만 중간재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는 78.9%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품목은 모두 제조업 제품이고 일반기계에 집중돼 있는 만큼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과는 달라 일단 큰 태풍은 피해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체 제재 대상 품목 1102개 중 449개 품목이 일반기계다. 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은 40.7%가 전기 및 전자기기가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340억 달러에 이어 160억 달러의 수입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대미수출은 총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수입이 10% 줄어들면 우리의 대중 수출은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 5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수출 구조 다변화 및 제품 영향력 확대 필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이번 기회에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구조를 바꾸고 수출시장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에 주로 중간재를 납품하고 있는데 프리미엄 소비재로 중국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와 중요성을 감안하면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도나 동남아 등 신흥 지역을 중심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와의 공조도 중요한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및 통상분쟁에 대해 주변 국가와의 국제 공조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중 등 각 국가와 외교·통상 채널을 강화해 통상 마찰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 민혁기 연구위원, 강지현 연구원은 "한국과 유사한 입장을 지닌 국가들과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공동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국제사법절차 등을 통한 분쟁 해결방식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만큼 실효성이 낮고 우리와 유사한 입장을 지닌 국가들과의 공동성명 발표, 공동연구 수행 등 미국 내 여론의 환기가 보다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유럽을 순방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미국을 겨냥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중국은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