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학계 출신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 기업 리스크 관리 위해 법조인 출신 선호
  • ▲ 삼성생명 본사 전경.ⓒ삼성생명
    ▲ 삼성생명 본사 전경.ⓒ삼성생명

    삼성생명이 관료 출신 2명과 법조계, 학계 출신의 사외이사진을 구성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삼성생명은 학계 출신인 김두철 상명대교수와 김진영 성균관대 전 총장이 사외이사를 맡아 학계 출신과 고위 관료 출신이 두 축을 이뤘다. 올해는 법무부 차관 출신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관료·법조계·학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법조계 인물을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내달 21일 주주총회서 이근창 영남대학교 교수와 이창재 아미쿠스 대표변호사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고, 관료출신 허경욱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사외이사진은 기존 관료 출신 강윤구 사외사를 포함해 총 4명으로 꾸려진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에 맞서 진행하는 즉시연금 소송에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조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초빙해 눈길을 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데다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조언하고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비상근 이사다.

    기업들이 법조계나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건 해당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외풍을 막아줄 바람막이 역할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생보업계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 권고에 정면으로 맞서 즉시연금 지급을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017년 즉시연금 상품의 보험 약관에 운용 수익의 일부를 사업비로 공제했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와 분쟁을 겪었고, 지난해 금감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과거 즉시연금 상품을 팔면서 약관 내용과 달리 계약자에게 덜 준 보험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삼성·한화생명은 지난해 각각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추산 규모는 각각 4300억원, 850억원에 달한다.

    대형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사태로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운데 이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의 약관 해석 문제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최저보장 이율까지만 책임지고 사업비 차감분은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에 대비해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린데 이어 법무부 장관대행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금감원과의 정면승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생명은 전 법무팀 소속 전관 출신 변호사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렸다.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민원의 소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법정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부터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워온 대표적인 금융사다. 2014년 국내 생보사들은 자살과 관련 약관대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는 법원의 판결을 미지급의 정당성으로 내세웠다.

    대법원은 2016년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결국 보험사들은 백기를 들고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도 지급한 바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삼성생명이 전문가 영입을 통한 법적, 제도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법조계나 관료 출신 인물들을 선호한다”며 “전문성과 함께 어느 정도 '방패용'으로써의 활약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학계출신 한명은 임기만료, 한명은 개인 사정으로 사임하면서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려해 새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