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경쟁입찰 진행했지만 ‘60년 법원관리 능력’ 앞에 좌절2020년 호남·제주지역 만료 속 농협·지방은행 간 국지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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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이 법원 공탁금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몇 년째 헛물만 켜고 있다.

    대법원은 2017년부터 일부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꿨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면 신한은행의 벽 앞에 무릎 꿇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쟁입찰로 진행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의 공탁금 보관은행 지정 입찰공고에 신한은행이 재선정됐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1988년부터 2024년까지 약 37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됐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공탁금 입찰에는 신한은행 외에도 국민·농협·우리·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모두 도전장을 던졌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의 공탁금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관련 수익의 0.5%만 법원에 출연하기 때문에 지자체 금고 유치보다 수익 측면에서 은행에 이롭다.

    또 공탁금을 관리하면서 저원가성 예금조달 효과와 민원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선 기존 관리은행의 적격성만 심사하던 방식에서 경쟁입찰 도입을 주장해 왔다. 법원행정처 역시 문호를 열어주는 차원에서 2017년부터 재지정 시기가 다가온 권역마다 1~2곳의 법원만 공개경쟁을 붙였다.

    하지만 경쟁입찰에서도 신한은행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법 부천지원에도 승기를 잡은 뒤 2018년 청주지방법원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도 모두 재지정됐다.

    사실상 지금까지 진행된 경쟁입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법원 공탁금 공개입찰이 무의미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심혈을 기울여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했는데 법원에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원행정처는 문호를 열어준다고 했는데 만기 되는 법원 공탁금 중 입찰을 진행하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하다”라며 “법원도 공탁금 관리은행을 재선정하는데 변경 절차가 번거로워 기존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경쟁은행이 신한은행에게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알짜 법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하는 곳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총 74곳의 지방법원 및 시·군법원 공탁금을 맡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총 42곳만 법원 공탁금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포함해 굵직한 지방법원을 챙기며 시장 규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호남·제주 지역, 총 39개소 법원 공탁금 관리은행이 만료된다. 법원행정처는 내년 7월 중 공개경쟁 법원을 결정한다.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곳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광양시법원, 군산지원 등 6개소다. 결국, 2020년 법원 공탁금 경쟁은 농협은행과 지방은행 간 경쟁으로 국지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