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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때만 해도 고령화는 일본의 숙제라고 여겼다. 베이비붐세대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아직 먼 얘기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1955년에서 1964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세대가 65세가 된 2020년 현재, 고령화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주거복지로드맵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LH는 2011년부터 공공실버주택 등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시작했다.공공실버주택(옛 주거복지동주택)이란 기존 영구임대주택단지 내 여유부지에 임대주택과 주거복지시설을 결합해 고령자·장애인 등을 집중케어하면서 동시에 서민주거안정을 충족시키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다.
공공실버주택에는 고령자 및 독거세대를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와 사회적기업 등 공공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지원된다. LH는 이 같은 고령자 특화형 복지시설을 2022년까지 전국에 총 4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영구임대·국민임대·행복주택 등 기존 장기공공임대주택에도 일정비율만큼 고령자와 장애인 등 주거약자에게 공급하는 주거약자용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이 주택들 특징은 무장애설계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문틀이나 턱·계단 등을 제거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보조시설을 이용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LH 장기공공임대주택 중 총 8000가구가 무장애설계로 건축돼 고령자·장애인에게 공급됐다.
LH 외에도 서울시·SH·세종시·성남시 등이 의료안심주택 등 새로운 고령자주택을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예산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규모가 작은 시범적 성격에 그치곤 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 새로운 임대주택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게 난제로 남았다. 그 대안으로 정부와 LH는 기존주택을 사서 공공리모델링을 통해 안심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LH에서 아이디어를 낸 고령자 전용 안심주택 기본개념은 다음과 같다. 기존주택을 개조·재건축해 고령자가 건강한 노후를 실현하면서 구도심까지 살려내자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한다는 것은 고령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익숙한 동네와 친지, 이웃들을 떠나 새로운 환경(공공임대주택)에 적응할 바에 차라리 그냥 불편하더라도 살던 집에서 지내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LH는 고민 끝에 도심 내 기존주택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해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편히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편의시설과 건강·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LH는 이 같은 고령자 맞춤형 공공리모델링 주택을 2022년까지 5000가구 가량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H는 서울 OO구에 방치된 기존주택 4개동을 철거한 후 '고령자전용 커뮤니티케어 안심주택(가칭)'을 건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7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번에 건축되는 새로운 주택모델은 고령자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층은 장애인을 위한 공간, 2층은 할머니들을 위한 공간, 3층은 할아버지, 4층은 고령자 부부형으로 나눠 세대특성에 맞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법적 의무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령자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LH 최초로 소규모주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예비인증을 취득했다.
BF 인증이란 노인·장애인 등 모든 이용자가 시설물을 접근·이용·이동함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설계·시공됐는지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 및 인증하는 제도다.
또한 지상 1층 도로변에 인접한 곳에는 커뮤니티공간을 설치해 작은도서관이나 노인체조 등 생활SOC를 제공하고, 마이홈 상담이나 순회의료 등 고령자 맞춤형 서비스가 펼쳐지는 거점이 되도록 했다.
또 층별 커뮤니티시설인 공동거실(경로당)을 통해 휴식과 교류·여가활동이 이뤄지도록 했으며, 하늘과 맞닿은 천창이 있는 최상층 복도(안마당)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거나 옥상텃밭(LH팜)에서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전계획에도 신경을 썼다. 일단 우편함과 복도·현관문 등 색채나 질감 변화를 통해 자신의 집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인지건강 디자인을 적용했다. 1층 주출입구에는 전등(등대) 및 CCTV를 달았으며, 또한 움직임 자동감지센서와 안심전화를 통해 이상징후를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고령자가 식물가꾸기를 통해 공기정화 및 면역력 증대, 치유 및 힐링 등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치유농업을 반영했다. 고령자 개인 세대 내 뿐만 아니라 옥상텃밭을 활용해 만남·재배·나눔의 행복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