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대규모 프로젝트 기업 반응 '시큰둥'투자 꽁꽁 묶고 버티기… 전자·컴퓨터·기계 위축바닥난 정부 신뢰도… 경제성 없는 재정투자 외면
  • 향후 5년간 160조원을 쏟아붓는 한국판뉴딜에 산업계 반응이 시큰둥하다. 정부가 기대하는 민간기업 투자금은 20조원 이상인데 업계의 설비투자는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전자·컴퓨터·기계 등 제조업 핵심업종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선도형 산업정책으로는 한국판뉴딜이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2일 발표한 '성장없는 산업정책과 향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2018년 -2.3%, 2019년 -7.5%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투자증가율은 기저효과가 큰 변수임을 감안할 때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건국이래 설비투자가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한 경우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가 전부다. 세계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년 연속 마이너스 투자율을 기록한 OECD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 터키 3개국에 불과하다.

    혁신성장과 밀접한 산업인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전기장비,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이 전체산업 수치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2018년)-10.2%, (2019년)-20.0%, △전기장비 제조업 (2018년)-6.7%, (2019년)-10.9%로 전체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 ▲ 산업별 설비투자 증감율 (실질기준, %)ⓒ한국경제연구원
    ▲ 산업별 설비투자 증감율 (실질기준,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이 설비투자에 인색해지다보니 투자효율도 뚝뚝 떨어졌다.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인 총자본투자효율은 2017년 18.8%에서 지난해 16.9%로, 설비투자효율은 같은기간 61.0%에서 54.8%로 급감했다. 기계투자효율도 269.8%에서 249%로 떨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따지는 기업실적 지표 역시 매출액증가율은 9.2%에서 0.4%로, 영업이익률은 6.1%에서 4.2%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투자를 줄이니 매출이 줄어들고 다시 투자를 더 줄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투자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정부 핵심 경제정책들 간의 부조화를 꼽았다. 생산성에 연동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지배구조 규제와 같은 정책방향은 혁신기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혁신성장을 주도할 산업계의 투자감소는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2년까지 67조원을 쏟아붓는 정부 재정투자가 경제적 성과를 확보해야 전체 뉴딜정책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