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상 영업대상 축소는 은행 폐업으로 보기 어려워"금소법상 조치명령 의결, 고객 보호 세부 계획 제출해야 씨티은행 노조 "국내 은행, 마음대로 사업 폐지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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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7일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청산(폐지)이 은행법상 인가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법률자문단과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등과 씨티은행 일부 영업 폐지에 대해 검토한 결과 “씨티은행이 기업고객에 대해서만 영업하고 주요 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것은 은행법 제55조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씨티은행의 주요자산(대출채권, 유가증권, 파생상품, 신탁) 중 소매금융은 30.4%(20조 8000억원), 기업금융부문은 69.6%(47조8000억원)다.금융당국이 씨티은행의 일부 사업부문 폐지를 인가대상이 아니라고 본 이유는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은행법 제 55조에 따르면 은행의 분할, 합병(분할합병 포함), 해산, 은행업의 폐업, 영업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양수의 행위를 하려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한다.금융당국은 은행법상 폐업의 경우 인가대상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일부 폐업은 인가대상으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라고 봤다.금융위는 “은행법이 인가대상으로서 해산과 은행업의 폐업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해산에 준하는 영업 폐지만 인가 대상으로 보는 것이 체계적”이라며 “현행법상 전부폐업 이외의 사항에 대해 인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폐업인가로 볼 경우 향후 다양한 사례들이 인가대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금융위는 또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다른 법적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문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폐업인가 대상으로 볼 실익이 분명치 않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도 고려됐다. 외국계은행 지점인 HSBC는 지난 2013년 7월 국내 소매금융 업무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총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했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으나 은행법 제 55조 1항에 따른 폐업인가는 받지 않았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가 당국의 인가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철수 절차는 한결 간편해졌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가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청산을 반대하며, 청산은 금융위 인가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매각(청산) 방식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한국씨티은행과 거래하는 2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고 2000명 이상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청산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청산이 금융위 인가 대상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모든 은행들은 본인들 마음대로 전체 지점을 모두 폐쇄하고, 대출과 예금, 카드 등 수익이 저조한 사업을 마음대로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위가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금융소비자 피해와 상당수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관하는 것”이라며 “씨티은행은 이번 매각 결정을 유보하고 향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한국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와 거래질서유지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최초 조치명령도 의결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은행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씨티은행은 금융위의 조치명령에 따라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 권익 보호,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해야 한다.
또 단계적 폐지 개시전 이용자보호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상세한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