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창원특수강, 이 사장이 인수한 CTC에 원재료 저가 공급… 4년간 26.5억 지원공정위, 이 사장 고발 안 해… "지시 관여 객관적 자료 확인되지 않아"상속세 내려고 계열사 지분 판 후 지배력 강화하는 차원서 계열사 통해 부당지원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개인회사에 원재료를 값싸게 공급하는 등의 부당내부거래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기업집단 '세아' 소속 세아창원특수강이 계열회사 CTC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고 지원 주체인 세아창원특수강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선재, 봉강, 강관 등 다양한 형태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CTC는 세아창원특수강으로부터 원소재인 스테인리스 강관을 구매해 이를 재인발한 후 판매하는 회사다. 재인발이란 강관의 외경과 두께를 줄이기 위해 가공하는 것을 뜻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CTC가 세아 그룹에 편입되기 전부터 스테인리스 강관을 판매해왔다. 총수 일가인 이태성 사장의 개인회사인 HPP가 지난 2015년 11월 CTC를 인수하면서 스테인리스 강관을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CTC를 지원했다.

    이 사장이 CTC를 부당지원한 배경은 기업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아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등 2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세아홀딩스는 이 사장, 세아제강지주는 고 이운형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 회장은 현재 세아의 동일인(총수)이다.

    이 사장은 고 이운형 회장이 지난 2013년 사망한 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세아제강지주 체제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지배력을 상실했다. 이에 이 사장은 2014년 HPP를 설립하고 세아홀딩스 지분을 취득해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HPP가 세아홀딩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선 사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세아베스틸은 강관 가공업체 CTC를 HPP가 인수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세아창원특수강은 CTC에게 상당히 유리한 물량할인 제도를 신설해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CTC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 CTC의 주요 생산제품인 반도체용 강관의 경우 미터당 단가 1원 차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CTC에 제공된 할인은 세아창원특수강에게는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수준이었다. 세아창원특수강의 CTC에 대한 영업이익률은 과거에는 20~30% 수준을 유지했지만, 할인제도를 적용한 이후에는 마이너스(–) 5%로 급감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이 CTC에 지원한 금액은 26억5000만 원이었다.

    이로 인해 CTC는 다른 경쟁사 대비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매출액 규모가 2015년 92억 원에서 2016년 153억 원, 2017년 263억 원 등으로 크게 상승했다. 2018년부터는 재인발 업계 매출액 1위 사업자가 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세아창원특수강에 과징금 21억2200만 원, HPP에 11억5400만 원 등 총 32억7600만 원을 부과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다만 이 사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 행위의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CTC의 수익 개선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며 "자연인을 고발하기 위해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 데, (이 사장이) 지시에 관여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확인되지 않아 법인만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 계열회사들이 특수관계인 개인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키고, 특수관계인의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킨 행위를 적발·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조사해 조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