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기업대출 출혈경쟁에 기관영업으로 눈 돌려기관과 주거래은행 계약 활발… 자금 운영‧금융거래 수익 확보변수는 시스템 구축‧제안 금리… 실익 없으면 입찰 참여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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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은행들이 기관영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대출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고개를 들자 숨 고르기에 나서는 한편 새 활로로 기관영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월 한국세무사회와 주거래은행 협약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국관세사회, 교정공제회와 주거래은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각 기관의 자금을 관리하고 직원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과 다양한 우대 서비스(금리‧환율)를 지원해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1일 교정공제회와 주거래은행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한은행은 교정공제회 소속 회원과 임직원들에게 임직원 전용 대출, 복지카드 등 맞춤형 금융상품을 지원하고 다양한 금융 컨설팅과 우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카드와 연계한 직원 전용 복지몰도 운영해 신한금융 차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또 교정공제회 전용 ‘모바일 브랜치’를 제공해 전국 교정공제회 고객이 지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더 쉽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iM뱅크(옛 대구은행)는 지난 9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주거래은행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진흥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입주기업 대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진단과 TCB(기술신용)평가 무료 컨설팅을 비롯해 입주기업 경영 애로 해결, 로봇창의기업 지원 등 한국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와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백석총회와 함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 안정적인 퇴직연금 관리로 목회자와 교회 직원들의 노후 준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백석총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백석총회 산하 1만여 개 교회에 대한 퇴직연금 도입을 시작한다. 이후 우리은행은 목회자들과 교회 직원들을 위해 △퇴직연금제도 운용 업무 지원 △개인형 IRP 가입 △적립금 관리 상담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은행들이 기관영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운영해 이익을 얻고 기관 소속 임직원들 대상 금융거래를 이끌어 내 부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금융거래 시스템 구축과 금리다.

    은행들은 기관 측이 제시하는 금리가 높아 역마진이 우려될 경우 해당 기관 입찰에 무리해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선정 입찰에 KB국민은행만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30년간 공무원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다.

    공무원연금은 31조원의 예산을 굴리는 기관영업의 ‘대어(大漁)’로 꼽힌다. 그러나 주거래은행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기관 측의 제안 금리를 감안할 때 여타 은행들은 효과가 작다고 판단,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측의 제안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알파(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기관이 제시하는 금리를 감안해 역마진 등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무리하게 입찰에 뛰어들지 않는 분위기”라며 “차라리 채권 발행 등 다른 루트로 자금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기관영업 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