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과대 인식 속 코스피 '안도'의 반등…2500대 탈환가속하던 외인 매도세, 관세 유예 소식에 일단 '숨고르기'관세는 트럼프 협상 도구였나…"단기적 신중함 요구 시점"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NHL 스탠리컵 우승 팀 플로리다 팬서스를 초청한 행사에서 하키 스틱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NHL 스탠리컵 우승 팀 플로리다 팬서스를 초청한 행사에서 하키 스틱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국내 증시가 반등 출발했다. 대내외 변동성 심화로 가속하던 외국인 이탈이 단기 낙폭 과대라는 인식이 강해진 듯 매수세가 유입돼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49p(1.12%) 오른 2481.44로 출발해 오전 10시26분 기준 오름폭을 키워 이날 2504.77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4071억 원 순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75억 원, 2617억 원 순매도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2원 내린 1459.0원에 출발했다.

    전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멕시코·캐나다 관세 부과 정책이 국내 증시를 무너뜨렸다면 이날 관세 유예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증시가 낙폭을 축소하며 다시 반등세를 갖춘 모양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낙폭 과대 인식 속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 부과 연기 소식 등에 힘입어 반도체, 자동차 등 관세 피해 수출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른바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반드시 치러야 할 가치 있는 대가"라며 "우리는 상식으로 운영되는 나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 무기화'를 선언하자 우방국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이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고 멕시코도 "25% 관세 부과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양국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인접국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 한발 물러서며 이를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1만 명의 군인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두 차례 통화한 뒤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도 한 달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역시 마약 및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을 강화키로 했다며 캐나다와의 최종 경제 협상에 앞서 관세를 30일간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트럼프 2.0 시대는 미국이 원하는 것, 한국 내부에 의존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월 코스피 밴드로 2350~2550선을 제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사례에서 보듯 파괴적인 관세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낮아진 점은 그나마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언제든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정책으로 인한 증시 충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8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멕시코 등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거 이탈하면서 코스피가 1996.0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18년 10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에서 매도한 규모는 약 4조 원에 달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외국인의 위험자산 기피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대상 국가의 보복으로 이어지는 등 연쇄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5년도 미국 관세 부과 선언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성향이 커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현상도 같은 이유에서다.

    KB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안도 요인"이라며 "우려 일부 완화에 국내도 안도 가능성이 있으나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과 환율 부담이 존재해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