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문성 갖춘 부처 필요" 공식 제안공공의료 확충 등 親노조 성향 정책 설계에 무게민주당 공약에만 배제된 사안 … 사실상 물 건너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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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 직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발표한 첫 공식 제안은 '보건부 신설'이었다. 의협은 현 보건복지부 체계로는 더 이상 의료현장의 현실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에서 해당 안을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토론회 등을 통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및 노조 역시 '전문가 중심 독점 우려'를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보건부 독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요구로 자리 잡고 있다.

    ◆ 의협 "전문성 보장할 독립 부처 필요… 건정심 개편도 함께 추진"

    의협은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보건의료 정책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현재의 보건복지부 체계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책 설계부터 집행까지 일관된 전문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보건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보건뿐 아니라 복지, 고용, 육아, 노인, 장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감염병 대응, 의사 수급, 건강보험 재정, 필수의료 붕괴 등의 문제에 있어 전문적인 의료 관점이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의료는 단순한 진료를 넘어서 산업, 복지, 교육, 공공정책이 얽힌 복합영역이므로 보건만 전담하는 독립 부처가 있어야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정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또 의협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공급자와 가입자 간 실질적 균형을 이루고, 자문·심의 중심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 단체와의 상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정책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공약 제외" … 사실상 실현 불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반응은 '냉담'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유일하게 보건부 신설 공약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지난달 열린 '과학-보건의료 공약 토론회'에서 해당 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은 "보건복지부 문제의 본질은 구조보다는 인사의 문제"라며 "의료 전문가가 차관직에 기용되지 않은 점은 비판받을 수 있으나, 보건부 독립이 실효성 있는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에서 구조 개편보다는 공공, 복지 테두리 안에서 정책 실행력과 공공성 강화에 더 초점을 둘 것이라는 방침임을 시사한다. 기존 복지부 틀 안에서 오히려 협업과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의료 공약에서 △공공의대 신설 △필수의료 확충 △지역의료 강화 등 공공의료 중심 정책을 내세웠고 이는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요 요구사항과 궤를 같이한다. 

    노조 등은 전문가 집단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부 독립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 기조를 유지해 정책 설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즉, 의료계가 요구하는 전문가 중심이 아닌 시민단체 및 노조 친화적 노선을 유지하며 국민 참여형 정책 거버넌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 정치·사회적 환경상 '상징적 요구'에 머물듯

    보건부 신설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장벽에 부딪혀 있다. 보육·복지 등 다중 기능을 포괄하는 복지부와의 역할 조정 한계, 정치적 비용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시민사회와 노조의 반대까지 겹치면 새 정부가 보건부 신설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를 하나의 산업이자 복합 정책으로 보려면 독립 부처가 필요하다는 건 원론적으로 맞지만 지금의 정책 우선순위와 정부 철학은 그 방향이 아니다"며 "결국 보건부 신설은 상징적 요구에 그치고 실제 정책 테이블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