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의정갈등 해결사로 정은경 낙점 … "의정 갈등 신속 해결" 첫 일성'조건 있는 복귀' 멈칫하는 전공의들 … 사과 없는 대화는 설득력 잃어"국민 외면한 의료 복귀는 없다" … 진짜 정상화 인식이 중요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이재명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지명됐다. 팬데믹 국면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었던 인물이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섰고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박단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의료계 사태 봉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은경 후보자는 "의정 갈등으로 국민이 큰 고통을 감내했다"며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신속한 해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공통 과제를 던진 것이다. 

    다만 배우자의 주식 투자 관련 이해충돌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은 "충분히 소명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복지 수장으로서의 도덕성과 투명성은 엄정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 전 청장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온 전문가로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은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과학에 근거한 판단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은 인물로 현 의료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와의 신뢰 회복과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나 복귀와 협상이 여전히 조건으로 묶인 채 논의된다면 이런 상징성도 힘을 잃는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조건부 협상'은 또다시 반복되는 갈등의 서막이 될 수 있다.

    ◆ 전공의가 먼저 꺼내야 할 말

    그간 전공의 사회는 '조건 있는 복귀'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 전략은 결정적 순간마다 스스로의 손발을 묶는 결과를 낳았다. '단일대오' 기조로 복귀 논의가 억제됐고, 내부 자율성은 차단됐다. 복귀 기회는 수차례 날아갔고, 사태는 장기화됐다.

    지금도 많은 전공의가 복귀를 고민하지만 말하지 못한다. "복귀하자"고 말하면 '배신자'가 되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병원을 떠나지 않았고 조직화된 출구 전략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복귀는 각자의 판단"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구조는 없다. 판단은 개인에게 떠넘겨졌다. 누구도 책임지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교수단체는 지쳤다. 병원장들은 행정적 중립만 반복했고 정치권은 복지부 장관 공석을 핑계로 의료 문제를 정쟁의 뒤로 밀어둔 상태였다. 


    박단 체제 이후 변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기존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8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병원 간 균형 있는 대표단과 사무지원국·지역협의회를 정비하며 체계를 복원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모든 과정과 결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모 수련병원 집행부는 내부 동료들에게 "(정부와의 협상이) 시간상으로 촉박하지만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비대위는 정부·국회와의 실질적 대화를 준비 중이다. 병원별 수련 인력, 입대 현황, 복귀율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상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문제는 새 비대위 역시 기존 7대 요구안을 다음 3가지로 압축해 정부 및 국회를 만날 계획이다.

    핵심 요구사항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비율 확대 및 제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으로 좁혀졌다.

    대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대화가 여전히 복귀 조건에 함몰된다면 협상의 명분도, 국민의 신뢰도 쉽게 얻을 수 없다.

    이제는 구조보다 먼저 환자에게 사과하고, 조건 없이 복귀하겠다는 신뢰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의료 정상화'의 시작점이다.

    ◆ 복귀에 앞서 대국민 신뢰 회복이 중요 

    "누가 내 수술을 미뤘고, 누가 지금 돌아오지 않았는가."

    국민은 지금도 묻고 있다. 이 질문에 응답하지 못하면 구조 정비도 협상도 무의미하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의정 사태의 가장 큰 희생자는 환자였다"며 "치료 기회 박탈만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복귀만으로 다 해결된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는 그는 "사과 없는 복귀로는 어떤 신뢰도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 필요한 건 복귀 명분이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가장 젊은 대표가 먼저 사과하고 먼저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전 정부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전공의 모두에게 있다. 정부는 신뢰받는 복지부 장관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하며 전공의는 국민에게 조건 없는 사과와 복귀로 신뢰의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

    해결을 외치던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남은 이들이 떠안은 건 책임뿐이다. 이번엔 단순히 복귀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며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