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전국 피해 발생…사상자도 속출금융위, 3월 보험법 개정…비상위험 준비금 환입 쉬워져업계 "기후재난 대비책 약화”…정부 결정, "시기상조" 비판도
  • ▲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들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
    ▲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들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
    기록적인 폭우에 전국적으로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이럴 때를 대비해 쌓아두는 '비상위험 준비금'이 줄어들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상위험 준비금이란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손실을 대비해 손보사들이 평소에 적립해두는 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관련법을 개정해 비상위험 준비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는데, 현재 '물난리'를 두고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집중호우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단계'가 가동됐다.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된 사례는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23년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 당시 중대본 3단계가 가동됐는데, 현재 폭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손보사들의 비상위험 준비금이 축소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비상위험 준비금 환입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금융위는 "비상위험 준비금 등 법정 준비금 정비를 통해 기본자본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선에서 자본의 활용성을 높이고 납세·주주배당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규제 완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보험종목별 한도가 10~100%p(포인트) 조정돼 적립액이 약 1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기존엔 ▲보험종목별 일정 손해율 초과 ▲당기순손실 발생 ▲보험영업손실 발생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비상위험 준비금 환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첫번째 기준인 보험종목별 일정 손해율 초과만 충족해도 손보사들이 비상위험 준비금 환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규제 정비로 보험사 비상위험 준비금 적립액이 이전보다 감소할 전망"이라며 "시행 시점에 일정 규모의 준비금이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즉 손보사들이 폭우 등 재해에 쌓아둬야 할 비상위험 준비금 1조6000억원이 향후 납세와 배당에 쓰이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 글로벌 경제 불활실성 등 예측 불가한 대규모 손실에 대비하는 자본이라는 점에서 무작정 비상위험 준비금을 줄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준비금 축소는 오히려 보험사들의 장기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