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또 다시 최대 실적에 순이익 8%선 증가 대형 금융사고 터지며 내부통제 실패 비판 속 경영 실적 평가에서 B등급 그치며 임기 말 체면 구겨 성과급 감액으로 조직 내 불만 팽배후임 행장 하마평 벌써부터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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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의 올가미를 쓰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올해 경영실적 평가에서 사상 처음 ‘B등급’의 고배를 마셨다. 실적 면에서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지만,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실패가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임기를 불과 반년 가량 남긴 김성태 기업은행장으로서는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 평가등급이 사실상 낙제점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기돼 됐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얼굴도 환하지는 않다. 성과급 축소는 물론, 임원 인사 전면 보류 이후 김성태 행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는 등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양상이다. 

    ◇내부통제 실패 ‘치명타’ … 성과급 최대 30% 감액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기업은행의 2024년 경영실적 평가에서 B등급을 확정했다. 기업은행이 평가 대상이 된 2007년 이후 B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앞서 2012년과 2021년에는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바 있으며, 과거 조준희 행장 시절에는 작고한 송해 씨를 모델로 내세워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금융회사'로 꼽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비계량 항목인 ‘효율적 조직관리’ 부문에서 내부통제 실패를 엄중히 평가했다. 부당대출 사태의 주범인 전직 직원 A씨는 7년간 현직 심사역인 배우자, 입행 동료 등과 공모해 882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는 김 행장 재임 기간인 올해 초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평가 결과로 인해 기업은행 임직원 성과급도 큰 폭으로 줄게 됐다. A등급(기본급의 180%)보다 30% 낮은 150%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될 예정이며, 김 행장과 주요 임원들 역시 동일한 기준에 따라 감액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지표는 좋았지만 내부 사고가 모든 걸 덮었다”며 “이번 평가 결과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내린 경고”라고 평가했다.

    ◇실적은 역대급 … ‘신뢰 경영’ 시험대

    이번 B등급 평가가 뼈아픈 이유는 실적 자체는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 순이익 1조50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으로도 2조446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도 23.65%로 ‘중기 금융의 최전선’을 자임하는 국책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형 금융 사고가 조직 신뢰도를 흔들며 성과의 의미마저 퇴색시켰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책임경영’과 ‘내부통제’를 무겁게 본 결과다.

    ◇산은과 대조 … “쇄신 없인 재신뢰 어렵다”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올해도 A등급을 유지하며 기업은행과 대조를 이뤘다. 산은은 정책금융 공급과 안정적 배당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 S등급 이후 4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반면 기업은행은 대내외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 하나로 경영평가가 흔들리는 결과를 맞았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산은은 정책금융과 배당 등 기본에 충실한 반면, 기업은행은 ‘신뢰’를 잃은 것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며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닌 조직 전반의 쇄신 없이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내부 분위기 역시 무겁다. 실적은 뛰어났지만 성과급 감액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은 직원은 “수익도 잘 냈는데 보상은 줄고, 사고 책임까지 직원이 함께 지는 셈”이라며 “임기 말이지만 김성태 행장이 어떻게든 직원들을 다독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후임자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관가에서는 차제에 기업은행장을 다시 관료 출신이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금융위원회의 전현직 차관급 인사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내부에서도 경쟁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현직 임원과 함께 2~3명의 전직 자회사 대표가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