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에도 개설된 사고 지점…'승인 책임' 부각880억 부당대출 관련자 70여명 경위서 제출경영진 성과급 반납·내부통제 개혁 목소리 고조
  • ▲ ⓒIBK기업은행 제공.
    ▲ ⓒ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0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경영진 책임론으로 확산하고 있다.

    애초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내부에서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개설이 강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지점 개설을 승인한 임원진 일부가 사건에 직접 연루됐으며, 이 과정에서 고위 임원의 가족이 부당대출 업체에 취업해 수천만원의 급여를 받은 정황까지 확인됐다. 내부에선 성과급 반납과 통제시스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 지식산업센터 지점’서 드러난 유착 정황

    사건은 인천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에 입점한 기업은행 지점에서 비롯됐다. 센터 실소유주인 전직 기은 직원 A씨는 퇴직 후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들어, 현직 심사역인 배우자와 여신심사센터 간부, 지점장 등과 공모해 7년간 총 785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았다.

    A씨는 미분양 상태였던 지식산업센터 내에 기업은행 지점을 유치하기 위해 고위 임원 B씨에게 개설을 청탁했다. 실무 부서에서는 해당 입점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B임원의 지시로 재검토 끝에 개설이 강행됐다. 이후 B임원의 딸은 A씨 회사에 채용돼 약 67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내 인맥 강화를 위해 골프 접대, 배우자 채용, 사모임 활동 등을 동원했고, 이러한 인적 유착을 바탕으로 거액 대출을 받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적 부당대출 정황…경영진 책임론 고조

    사건의 핵심 지점이 임원 지시로 개설됐고, 고위 간부의 가족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일탈’이 아닌 ‘조직적 공모’였다는 정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해당 점포는 실무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개설이 강행됐다”며 승인 결정이 상층부의 묵인 또는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9명 기소, 70명 경위서… ‘성과급 반납’ 여론까지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A씨와 여신심사센터 간부 등 전·현직 임직원 9명을 기소했다. 기업은행은 관련자 70여명에게 경위서를 제출받고 내부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사건의 파장은 경영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은행은 올해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고, 이에 따라 성과급도 기존 A등급(기본급의 180%)보다 낮은 수준인 150%로 책정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경영진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성과급을 자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의 소통 실패 및 경영진의 미흡한 대응이 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사한 사고의 재발과 반복되는 내부 통제 허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인사 조치를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김성태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