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운영 비용 수조원대, 금융 인프라 걸음마KOBC, 세제 인센티브·PF 리스크 분산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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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2036년까지 30GW(기가와트) 보급 목표를 내걸고 본격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조달 부진과 제도 미비, 공급망 한계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치·운영 비용이 수조 원대에 달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특성상, 금융 인프라 없이는 민간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돈줄을 어떻게 열 것인가”가 한국 해상풍력의 성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자본집약적 해상풍력, 금융 없인 불가능

    해상풍력은 ‘기술 사업’이자 동시에 ‘자본 집약 산업’이다. WTIV(풍력설치선)·CLV(케이블부설선) 등 특수 선박, 대형 타워·블레이드 기자재, 항만 인프라 확보까지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사업이 개시되기까지 환경영향평가·전력망 연계 등 절차가 길어 개발 기간만 7~10년이 걸려 투자 리스크가 높다. 이 때문에 영국·독일 등 유럽은 일찌감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용 펀드, 차액계약제도(CfD), 정부 보조금 등을 조합한 금융모델을 정착시켰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금융 인프라가 걸음마 단계다.

    ◇KOBC의 금융 로드맵과 세제 검토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해상풍력 금융허브 역할을 자임하며 ▲단기적으로 금융기관과 공동투자, 초기 시장 진입 지원 ▲중기 전용펀드·SPC(특수목적법인) 설립 ▲장기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WTIV(풍력발전기 설치선), 케이블부설선, 운영지원선 등 특수선박 투자와 항만·O&M(운영·유지보수) 기지 금융지원까지 포괄하는 계획은 기존 해운·조선과의 연계성을 살린 접근이다. KOBC가 단순한 ‘투자기관’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조정자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해진공은 세제 혜택 및 금융지원 병행도 검토중이다.

    KOBC 관계자는 “단순한 금융 공급을 넘어 세제 인센티브, 보조금, PPP(민관협력) 방식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의 연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조금은 정부 재정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므로 직접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KOBC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공동 리스크 분담 ▲세제 혜택 방안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 ▲인프라 투자 안정성을 높일 금융 구조 설계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 이후 금융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PF 구조와 리스크 분담, 영국은 CfD로 해소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PF는 자기자본 대비 최대 70%까지 부채 조달이 가능하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계통 지연 △환경규제 △수용성 문제를 리스크로 본다. 전문가들은 보증·보험 상품을 결합한 리스크 분산형 금융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해외 연기금·투자은행 참여를 끌어내는 전제조건이다.

    영국은 2014년 CfD(발전차액정산제도) 도입으로 발전사업자에게 15년간 수익을 보장해 금융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그 결과 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10년간 61.9% 하락했고, 2022년 기준 가스 화력 대비 9배 저렴해졌다.

    영국은 탄소가격 하한제, 용량시장과 CfD를 결합해 석탄발전 비중을 28%(2010년)에서 2.1%(2021년)로 줄이고, 풍력 비중을 3%에서 25%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CfD나 PPA 등 장기 계약 체계를 정착시키고, 항만, 선박, 송전망 등의 금융과 인프라의 동시지원, 수용성 확보를 통한 장기 안정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해상풍력은 사업 규모가 방대하고 투자금 회수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단순히 법과 제도만으로는 금융기관을 움직이기 어렵다”며 “PF 활성화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장기 수익 안정장치, CfD 같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공기업 주도의 초기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특별법이 시행되면 인허가 리스크는 줄어들겠지만, 금융조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산업부·해수부·기재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내외 금융기관이 안심할 수 있는 프로젝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