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실망감·관세 불확실성에 코스피 떠난 外人'사자' 전환 4개월만에 '팔자' 전환 … 1조 넘게 팔아치워9월 증시, 상법개정안·FOMC 등 변수에 방향성 달려
  • ▲ 코스피가 전 거래일(3186.01)보다 21.43포인트(0.67%) 하락한 3164.58에 거래를 시작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뉴시스
    ▲ 코스피가 전 거래일(3186.01)보다 21.43포인트(0.67%) 하락한 3164.58에 거래를 시작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 시장에서 석 달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투자자가 결국 이탈했다. 미국발 관세 위협과 정부의 세제개편안 등 불확실성이 겹친 탓이다. 증권가는 9월에도 각종 변수들이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1조21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80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하다가 5월 들어 1조1656억원어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후 6월(2조6929억원)과 7월(6조2809억원)에도 각각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하자 다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있다. 7월 말 이재명 정부는 첫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과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차익 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미국발 관세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탓에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외국의 매도세에 코스피는 크게 흔들렸다. 지난 4월 이후 상승 가도를 달려온 코스피 지수는 지난 달 1.83%로 하락하며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9월에도 오락가락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답답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초 3200선을 돌파할 때만 해도 역사적 고점 돌파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으나 어느덧 2개월 가까이 3200선 부근에서 등락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실망감이 여전한 가운데 8월 말까지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조선, 방산, 원전 등 주도주들이 조정 압력에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증시 대응 난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9월 코스피는 방향성 탐색 구간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불확실성, 관세 충격 미확인 등 매크로(거시경제) 경계감이 지수 레벨업을 제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은 9월에 약세를 보여왔던 만큼 계절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2000년 이후 9월 평균 수익률은 1.5%이고, 2020년 이후만 보면 평균 수익률이 -4.2%였다"면서 "코스피도 2000년대 9월 평균 수익률 -1.5%, 2020년 이후 9월 수익률 -4.7%로 2024년을 빼고 매번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주 초반 코스피 3200선 돌파 시도가 가능하지만, 전고점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3200선을 상회하면 단기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이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3차 상법개정안 논의가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에 정기 국회가 시작됨에 따라 입법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3차 상법 개정안이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법안도 지난 27일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9월에는 정부가 공약한 정책이 조금씩 가시화되면 정책 기대감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은 대주주 요건 우려를 소화한 뒤 4분기엔 배당 분리과세 등 후속 증시 부양책으로 넘어갈 것이고 연준의 완화정책이 추세적이란 것이 드러나면 달러 약세도 재개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