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에서 외형 성장으로 … 성과 압박에 '고위험 상품' 복귀ELS, 제한적 라인업 복귀 … 규제·내부통제 강화에도 고객보호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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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산관리(WM) 부문이 다시 ‘성과 모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이후 멈췄던 고위험 상품 판매가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재개되면서 영업점 단위 실적 관리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와 ELS가 점진적으로 은행 판매 채널에 복귀하면서 증권사 중심으로 굳어졌던 고액자산가 시장 구도에도 균열이 예고된다. 반면 불완전판매 재발 우려와 내부통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사모펀드, 출시 확대 … “성과 경쟁 재점화”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일부 시중은행은 사모펀드 신상품 출시 주기를 앞당기며 판매 볼륨 확대에 나섰다.한 WM센터 관계자는 “성과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중단됐던 프로모션과 내부 점검 회의가 부활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그간 안정형·채권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지만, 수익성 방어가 과제로 떠오르며 사모 라인업을 속도감 있게 채우는 모습이다.실제 KB국민은행은 상반기 목표전환형 펀드(공모+사모) 판매액이 3000억원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펀드는 일정 수익률 달성 시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약정 기간을 거쳐 청산하는 구조다.국민·신한은행은 운용사와 사전 기획, 세미나, 공동 마케팅까지 병행하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이던 관행에서 벗어나 은행이 먼저 테마·전략을 제시하고 세일즈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판매사와 운용사의 관계가 공동 투자자 모델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또 홍콩 ELS 사태 이후 사실상 판매를 접었던 은행권이 일부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ELS를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표 파생상품을 라인업에서 완전히 제외하기는 어렵고,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이자이익 확장이 제한된 만큼 비이자이익 다변화 필요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배상 절차가 일단락되고 고객 수요가 유지된 점도 복귀 배경이다.다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일반 창구가 아닌 거점점포의 분리 상담실에서, 자격을 갖춘 전담 인력이 판매하는 등 강화된 내부통제가 적용된다.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올해 2분기 ELS 발행액이 약 5조3000억원으로 2023년 4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영업점 성과 압박 ‘ON’ … 문책성 회의·지표관리 일상화고객보호 기조 속 잠시 숨 고르기 했던 영업점 줄세우기 문화가 일부 재가동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외형 성장 기조가 분명해졌다"며 "리스크 프레임에서 ‘수익 회복’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위험상품 판매를 ‘본격화’한다기보다는 소비자보호를 전제로 한 제한적·관리형 판매에 가깝다"면서 "거점점포·분리 상담·설명의무 강화 등 규제 틀 안에서 선별 판매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은행별 WM 포지셔닝도 강화됐다.신한은행의 경우 공모펀드 판매잔고 17조원대로 외형을 확대했고, 채권·해외주식 라인업을 유연하게 교체했다.NH농협은행은 올해를 ‘WM 원년’으로 선언했다. VVIP 특화점포(더 로열 라운지)를 이달 중 개점할 예정이며, 3분기 추천상품에 주식형 펀드 라인업(한국투자중소밸류, 우리KOSPI200인덱스1호 등)을 공격적으로 전환했다.KB국민·하나은행 역시 운용사 러브콜 확대, 추천상품 교체 주기 단축 등 ‘속도·폭’을 동시 강화했다.◇전문가 진단 … “위험 감수 보다 신뢰 중심 전략 필요”일각에서는 사모·ELS 확대는 비이자수익 다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불완전판매·분쟁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적합성·적정성 진단, 시나리오별 손실 설명, 판매 과정 녹취·서명 등 증빙 강화도 필수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이 증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은행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① 증권사보다 장기 ‘리스크 관리형’ 솔루션을 기반으로 종합자산관리 설계 역량을 높이고(신탁·대출과 연계), ② 규제를 고려해 Risk-On(추가 위험 감수)보다 ‘Credibility-On(신뢰 중심)’ 전략을 펴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