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심리 위축…기업들, 비자 문제에 촉각현대차·LG엔솔 조지아 공장, 재개 시점 불투명단기 출장자 비자 프로토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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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ICE 구금시설에서 체포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악몽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온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미국 사업 추진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기존 투자 계획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자 문제 등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접근이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내 사업과 인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자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12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인 317명 가운데 현지에 남겠다고 밝힌 1명을 제외한 316명이 이날 오후 3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ICE 단속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은 약 일주일간 현지 구금시설에 억류됐다.당시 단속에서는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총 450여 명이 구금됐으며, 수갑과 족쇄를 채운 채 이송되는 장면이 공개돼 한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적 반이민 정책 하에서 단일 사업장 대상 최대 규모였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 브랜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박은석 애틀랜타 한인회 회장은 이번 단속을 규탄하는 성명에서 "이번 작전은 한국 기업의 건설 현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전례 없다"며 "공사 지연과 기업의 글로벌 이미지 타격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구금시설에서 풀려난 한국인들은 수갑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나왔지만, 사건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지칭했다. -
- ▲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뿐 아니라, 현지 진출을 계획 중인 기업들까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 이후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단기 출장자들에게 비자 발급 목적에 맞는 업무만 수행하도록 재공지 조치가 내려졌다.현대차·LG엔솔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건설 재개 시점이 불투명하다. 당초 올해 말 완공, 내년 양산 목표였지만, 숙련된 한국인 근로자 구금으로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지 숙련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한국 전문 인력들도 사건 이후 소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 일정 달성이 어렵다. 합작 배터리 공장 가동이 최소 2~3개월 연기될 것이라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밝혔다.재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판매 법인 근무자들도 해외 출장이 잦은데, 이번 사태처럼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부담이 크다"며 "대부분 산업에서 해외 공장 초기에는 한국 직원 파견이 불가피하다. 운영 시스템 적용과 현지 직원 숙련도 향상을 위해 일부 인력 파견은 필수"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은 미국 현지 출장 시 비자 관련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출장 목적과 용도에 맞는 비자를 사전에 확보하는 등 프로토콜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한미동맹 상징 마스가 프로젝트 등 조선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는 자국 조선 역량 회복을 위해 한국과 협력해 현지 고급 인력 양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비자 문제는 언제든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기업들은 미국 측과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비자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E-4 비자 쿼터 신설, E-2 비자 승인율 제고 등 장기적 대책과, 단기적으로는 B-1 비자 가이드라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난 후 "근로자들이 재입국해 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미국 측 확약을 받았다"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어 한국 기업 인력이 불편 없이 미국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