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계약 가격 인상 단행수요 많은 LPDDR 인상폭 커HBM 출하 앞두고 수익성 확보
  • ▲ 삼성전자의 LPDDR5X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LPDDR5X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4분기 계약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잇따라 가격 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구형 제품 생산 축소와 대형 클라우드업체의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공급이 빠듯해진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기반 주요 제품 계약 가격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D램 계열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4X·5·5X는 15~30%, 멀티미디어카드(eMMC)·범용플래시저장장치(UFC) 등 낸드 기반 모바일 스토리지는 5~10%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샌디스크는 앞서 이달 초 고객사에 낸드플래시 제품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통보했으며, 마이크론 또한 주요 제품 가격을 20%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신규 견적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스마트폰·AI PC 수요가 겹치고, 구형 제품 생산 축소가 지속지면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흐름이 됐다”면서 “삼성이 가격 조정에 나선 것도 이런 수급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격 조정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분기는 전통적으로 스마트폰과 PC 신제품 출시가 몰리는 성수기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AI PC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저전력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구형 제품 공급이 줄면서 가격 인상의 당위성이 마련됐다.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DDR4·LPDDR4X 같은 대표적인 구형 D램 제품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차세대 DDR5와 HBM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조사들의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DDR4의 월평균 가격이 한달 새 50% 폭등해 DDR5보다 가격이 더 높아지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래 삼성전자는 지난 6월까지 DDR4와 LPDDR4 생산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예상 밖 수요가 이어지면서 일정을 연말까지로 한 차례 연기했고, 최근에는 생산 종료 시점을 다시 1년 더 늦춰 내년 말로 잡은 상황이다. 앞서 3분기에도 LPDDR5X 등 가격을 직전 분기 대비 소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낸드플래시 사정도 비슷하다. 최근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대량 발주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상 데이터센터 저장장치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주로 사용해왔지만, AI 학습과 추론을 위해 요구되는 저장 장치의 용량이 급격히 커지면서, 고용량 낸드플래시 수요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D램과 낸드 전반에서 공급이 빠듯해지고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며 가격 인상의 명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씨티그룹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각각 수요 대비 1.8%, 4%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내년 낸드 공급이 수요보다 최대 8%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32.7%, 낸드플래시 점유율 32.9%로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LPDDR 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8년 세계 최초로 LPDDR5 D램을 개발하고 2021년 LPDDR5X를 개발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향 HBM에서 당분간 매출 반영이 제한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상이 단기 실적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4분기 DS 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DS 영업이익 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모바일 메모리와 UFS·eMMC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글로벌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반도체 부문 수익성 반등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