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호황 때보다 더 비싼 DDR5·DDR4 값"AI 밀물이 모든 배 띄운다"… 수요 폭발수급 구조 자체 개편… 전환기적 상승 전망주인공 HBM, 2030년 까지 매년 30%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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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겨울이 온다(Winter Looms)"며 반도체 업황을 비관하던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이번엔 "AI의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Rising AI Tide Lifting All Boats)"며 반도체 슈퍼사이클 개막을 공식 선언했다.D램 현물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적 메모리 호황 사이클에 강력한 AI 수요가 이어지는 HBM의 시너지로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다시 한번 역대급 실적 기록을 쓸 것으로 기대된다.◇ DDR5·DDR4 나란히 사상 최고가 … '반도체 겨울론' 접는 트리거로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언급한 것은 DDR4, DDR5 같은 기존 주력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기를 맞이한 데 더해 HBM 같은 AI 메모리가 쌍끌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모건스탠리는 지난 21일(미국시간) '메모리 슈퍼사이클- AI 밀물이 모든 배를 들어올린다(Memory Supercycle: Rising AI Tide Lifting All Boat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관련 산업에 대한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이는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반도체업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반도체 겨울론'을 주도했던 모건스탠리 조차 이젠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며 상승장 전환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모건스탠리의 이 같은 태세전환은 지난주 폭발적으로 상승한 D램 가격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램 시장 주력 제품인 DDR5와 DDR4가 동시에 대폭 가격이 상승하며 과거 슈퍼호황기를 넘어선 최고가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겨울론을 접고 '반도체의 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DDR5 현물가격은 최근 한 주 동안 10% 가까이 오르며 7달러선을 돌파했다. DDR4 역시 1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가 수준에 진입했다. 불과 2년 전 DDR5가 3달러 초반, DDR4가 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상황과는 정반대다. 당시 글로벌 IT 수요 둔화, 재고 과잉, 서버 교체 지연 등으로 가격은 바닥을 쳤지만, 지금은 AI와 서버 수요가 확대되며 구조적 반등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반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며 DDR 계열 D램 공급량은 급격히 줄었다.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수급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전환기적 상승'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 ▲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이미지 ⓒSK하이닉스
◇ AI가 이끄는 새로운 메모리 사이클 … HBM이 게임 체인저로AI 투자 수요의 핵심에 서있는 HBM도 모건스탠리가 겨울론을 접을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BM은 현재 반도체 업황 반등의 핵심 촉매로 부상하고 있다.시장 규모 면에서도 HBM은 단순한 프리미엄 메모리를 넘어서 AI 인프라 수요 증가와 함께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30년까지 HBM 시장이 연평균 약 30% 성장(CAGR)할 것으로 보는 상황이다.더불어 D램 시장 전체 대비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술 성숙과 수율 개선에 힘입어 3년 뒤인 2028년에는 약 30.6% 수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 사이클을 반복하는 범용 D램에 더해 HBM이 새로운 D램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이 같은 HBM의 기술적 진보와 빠른 시장 성장성은 반도체 봄 시나리오에 여러모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수익성이 높은 HBM 같은 메모리가 높은 수요 예측 가능성과 고정 주문을 기반으로 실적 안정성 까지 담보하면서 메모리 시장 사이클을 압도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모건스탠리도 더이상은 반도체 겨울론을 관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한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평균(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상향하고 SK하이닉스는 '비중확대(OW)'로 격상했다. 목표주가도 26만 원에서 41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으며, 삼성전자도 8만6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높여 제시했다.실적 전망도 그에 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5년 하반기 영업이익이 8조 8000억 원, 3분기 기준으로는 약 4조 5000억 원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 원대, 하반기 전체로는 21조~23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내년에는 실적이 더 폭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을 약 56조 원으로 예상했고 하나증권은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을 26조 8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4 양산과 AI 서버 수요 급증, 메모리 기술 전환이 겹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익성이 더욱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결국, 모건스탠리가 '겨울'을 외치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 주요 투자기관들 조차 AI가 견인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이 같은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들도 투자 시장에서 몸값을 높여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