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고 D-2, 쟁점ㆍ의혹 여전히 남아쪽지에 갈린 1.4조 재산분할 정당성 논란정치권 접촉설까지 겹치며 파장 일파만파입다문 盧에 여론 동요 … 공적신뢰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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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정 다툼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2심에서 노 관장이 제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SK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재산분할 판결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지만, 문건의 신빙성과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치권 접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부간 재산분쟁을 넘어 공적 책임, 불법 자금의 위자료 인정 여부 등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14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작년 5월, 2심 판결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이번 사건은 1심과 2심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 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노 관장이 제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다.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생전에 남겼다고 알려진 이 문건에는 SK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은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이 부당한 재산 형성 과정을 통해 얻은 자산이 혼인 중 공동재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공식 회계자료나 수사기록이 아닌, 사적 기록 형태로 남은 메모에 불과했다. 최 회장 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퇴임 후 생활자금을 약속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작성 시점과 경위, 원본 보관 여부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이를 결정적 증거로 인정한 점은 논란의 불씨가 됐다. 특히 최종현 선대회장이 “사돈한테 특혜받는 일은 일절 피했다”는 육성 녹음 파일 또한 있었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공식 문건이 법원의 판단을 좌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검증 절차 없이 채택된 증거라면 재판의 객관성과 신뢰성 모두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문제는 노 관장이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혼소송의 쟁점인 재산분할과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며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메모의 출처나 작성 경위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법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으로 번졌다.최근에는 노 관장이 정치권 인사와 접촉했다는 청탁 의혹까지 불거졌다. 일부 유튜브 방송과 언론 보도에서 “노 관장이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여권 인사와 만나 항소심 판결과 관련된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유튜브 채널 ‘백운기의 정어리TV’는 “노 관장이 김 여사를 활용해 최태원 SK 회장을 음해하는 문건을 입수했다”면서 노 관장 측이 이혼소송에 김 여사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노 관장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유튜버 또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노 관장 측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 문건에 이어 청탁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아무런 해명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적 다툼을 넘어 공적 신뢰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재계에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이혼소송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위 공직자 가족이자 문화계 인사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는 인물이 공적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혹을 방치한 채 침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반면 최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왔다.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고 경영에 집중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출석 의무가 없는 이혼소송임에도 몇 차례나 출석하는 등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했지만 노 관장은 첫 변론기일 등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게다가 설령 비자금 유입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불법 조성했다고 알려진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는 재산분할의 전제인 ‘공동 형성 재산’의 개념과도 어긋난다. 부부가 혼인 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합법적 재산만이 분할 대상이 되며, 범죄나 불법 행위로 얻은 금전은 원칙적으로 공유 재산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혼인 중 형성된 재산으로 인정한다면 불법을 합법화하는 모순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