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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외환·장외파생상품 시장이 3년 만에 다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존재감은 되레 옅어졌다. 명목잔액은 소폭 늘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내려앉았고, 시장가치 기준 잔액은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5년도 BIS 주관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조사(잔액 부문)’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전 세계 외환·장외파생상품 명목잔액은 845조6900억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시점(632조1300억달러)보다 33.8% 늘어난 수치다.

    상품별로는 금리파생상품이 665조8000억달러로 전체의 약 79%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외환파생상품 잔액도 155조2000억달러로 3년 전보다 41.6% 증가했고, 주식 관련 파생상품은 10조400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불어났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금리·환율·주가 변동성에 대비하는 헤지 수요와 레버리지 거래가 동시에 확대된 양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성장 속도는 더디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외환·장외파생상품 명목잔액은 1조9102억달러로 3년 전(1조8905억달러)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세계 시장이 30% 이상 커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세계 전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0.30%에서 0.23%로 0.07%포인트 낮아졌다.

    구조 변화도 뚜렷하다. 외환파생상품 명목잔액은 9591억달러로 3년 사이 10.5% 줄었다. 선물환·외환스왑·통화스왑 등 대부분 부문에서 잔액이 감소했다. 내외 금리차 역전과 고환율 장기화로 환헤지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금융기관의 외환파생 활용이 위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대로 금리파생상품 명목잔액은 9484억달러로 16.4% 늘었다. 기준금리 동결 국면에서 장단기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증권사를 중심으로 금리스왑·옵션을 활용한 포지션 관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시장가치 기준으로 보면 흐름은 더욱 명확하다. 올해 6월 말 전 세계 외환·장외파생상품 시장가치는 21조8100억달러로 3년 전보다 18.8% 증가했다. 명목잔액만큼의 속도는 아니지만, 미결제 계약의 시가 평가 규모도 함께 불어난 셈이다.

    국내는 반대로 시장가치가 크게 줄었다. 같은 시점 한국의 외환·장외파생상품 시장가치는 404억달러로, 3년 전(677억달러)에 비해 40.3% 감소했다. 명목잔액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가치가 줄었다는 것은 미결제 계약의 평가손익 노출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다.

    상품별로 보면 외환파생상품 시장가치는 616억달러에서 328억달러로 46.7% 감소한 반면, 금리파생상품 시장가치는 60억달러에서 74억달러로 22.7% 늘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시장가치 비중도 0.37%에서 0.19%로 절반가량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