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 달 만 1480원 돌파 … 글로벌 불확실성 영향그린란드 이슈에 관세 카드 꺼낸 트럼프, 시장 불안 자극
  •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80원을 돌파했다.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관세 압박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3원 오른 1480.4원에 개장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70원 후반에서 1480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장중 1480원을 웃돈 건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유럽 국가들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무기로 압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린란드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는 한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유럽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이슈를 관세와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앞서 그는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에 반대하는 덴마크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내달 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그린란드 병합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6월 관세율을 최대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린란드 현지에서는 안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이 주민들에게 전달한 새로운 권고 사항에는 ‘5일 치 식량 비축’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유럽연합(EU)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요 EU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협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이다. EU 정상들은 오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해 930억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유예를 종료하는 방안 등 이른바 ‘소극적 보복’ 시나리오를 포함한 여러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 역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유럽연합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다시 맞대응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미·EU 간 무역 갈등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러한 미·EU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린란드 이슈 자체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를 협상 카드로 다시 꺼내 들었다는 점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정학 리스크와 무역 갈등이 동시에 부각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의 동맹국 대상 관세 인상 위협 여파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돼 상승할 것"이라며 "환율 1480원은 지난달 당국 시장 안정화 조치가 발동됐던 레벨인 만큼 오늘도 환율이 상승할경우 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