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환율 1500원대 육박 … 물류비·원가 동반 상승 압박나프타 가격 오름세에 포장재까지 인상 … 일회용품 비용 줄줄이 상승가격 반영 어려워 마진 축소 불가피 … 소비 둔화 속 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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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3차 가격을 동결하기로 한 10일 인천 계양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3차 최고가격을 적용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민생 안정을 고려해 2차 최고가격 수준으로 동결했다. 2026.04.10. ⓒ뉴시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결렬된 데 이어 이란 해상 봉쇄 조치까지 현실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유통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8.7% 오른 배럴당 103.44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같은 시각 104.93달러로 8.7%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된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실제 해상 물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다.유가 상승과 맞물려 환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장 대비 16.80원 상승한 1499.30원에 주간거래를 시작했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유통업계 비용 구조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은 해상 운임과 항공·내륙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와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다.특히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은 물류 산업 특성상 유가 상승은 운송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 긴장 고조로 선박 운항 차질 우려가 커지면 해상 운임이 먼저 흔들리고 이는 항공 운송과 내륙 배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수입 상품을 들여와 보관·배송하는 유통 전 과정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누적되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은 수입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했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물류비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셈이다.
수입 비중이 높은 가공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의 경우 물류비와 환율 영향을 동시에 받는 구조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포장재 비용도 오름세다.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납사) 가격 상승 여파로 컵·뚜껑·빨대·캐리어 등 일회용품 단가가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 원료 공급 불안까지 겹치며 포장재와 부자재 가격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
-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연합뉴스
물류비에 더해 포장재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유통업계 원가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배달·편의점·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처럼 일회용 포장재 사용 비중이 높은 업태일수록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미 비용 전가가 시작됐다. 해외직구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은 이달부터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 운임 인상에 대응해 유류할증료를 한시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배송 건당 0.5달러를 기존 배송비에 더하는 방식이다. 아이포터도 이날부터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동일한 수준의 추가 비용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저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원가 인상 체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는 "컵·뚜껑·빨대·캐리어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약 20% 인상된다는 공지를 받았다"고 했고 다른 자영업자도 "포장용기 가격이 20~30% 올랐다"고 전했다.
일부 편의점의 경우 유제품 구매 시 제공하는 요구르트 숟가락 발주를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떡볶이 제품도 지난 2일 발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을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쟁 심화와 소비 둔화로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유통업계는 마진 축소와 판촉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5% 수준에 머무는 업계 특성상 원가와 물류비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조정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가는 생산부터 유통, 배송까지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 요소"라며 "각 단계에서 상승 요인이 누적되는 구조인 만큼 결국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