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영업 종료 공식화 … “59년 만에 역사 마무리”인파 몰린 시부야, 소비는 자라·유니클로 등 SPA로 분산日 백화점 매출 23%↓·점포 100곳 감소 … 구조적 쇠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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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도쿄 소재 세이부백화점 시부야점 전경ⓒ최신혜 기자
지난 17일 찾은 일본 도쿄 시부야. ‘일본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 일대는 평일임에도 주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스크램블 교차로와 주요 거리에는 관광객과 젊은 층이 뒤섞여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소비의 중심은 더 이상 백화점이 아니었다.세이부백화점 인근 대형 전광판 앞에는 방탄소년단(BTS) 팝업 ‘아리랑’ 영상이 송출되며 인파가 빼곡히 들어섰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이 같은 유동은 백화점 내부로 이어지지 않았다.세이부백화점 시부야점 내부는 바깥 풍경과 대비됐다. 명품 매장이 자리한 층은 한산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고객보다 직원이 더 눈에 띄었다. 루이비통과 티파니 등 주요 브랜드 매장은 정상 운영 중이었지만, 활기는 크지 않았다. -
- ▲ 17일 오전, 세이부백화점 시부야점 루이비통 매장이 텅 비어있다. ⓒ최신혜 기자
반면 백화점 밖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인근 에이랜드(ALAND)와 자라(ZARA), 이케아(IKEA) 등 SPA·라이프스타일 매장에는 고객 유입이 끊이지 않았고, 골목 상권 역시 인파로 붐볐다. 쇼핑객들은 대형 쇼핑백 대신 가벼운 구매 물품을 들고 이동하며 짧은 시간 안에 소비를 마치는 모습이었다.백화점이 ‘목적지’가 아닌 ‘동선 중 하나’로 전락한 모습이다. 실제로 세이부 내부 일부 공간에는 ‘Space Rental(공간 임대)’ 안내가 붙어 있었고 공실도 눈에 띄었다. 외형상 운영은 유지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현장에서 만난 한 명품 매장 직원은 폐점 관련 질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현장에서는 ‘조용한 철수’가 진행 중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
- ▲ 17일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와 주요 거리에는 관광객과 젊은 층의 발길이 몰렸다.ⓒ최신혜 기자
이 가운데 세이부 시부야점은 최근 공식 공지를 통해 폐점 일정을 확정했다. 공지에 따르면 해당 점포는 오는 8월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1968년 개점 이후 약 59년 만이다.세이부 측은 “지금까지 고객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영업 종료까지 마지막까지 정성껏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점포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 ▲ 17일 세이부 백화점 내 명품숍. 직원이 텅 빈 매장을 정리 중이다.ⓒ최신혜 기자
이같은 변화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08년 7조4000억엔(약 70조원)에 달했던 백화점 업계 매출은 지난해 5조7000억엔(약 54조원)으로 약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점포 수 역시 280곳에서 176곳으로 104곳 줄었다.특히 시부야·긴자 등 핵심 상권에서는 재개발 압력과 부동산 가치 상승이 맞물리며 백화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매출 감소와 높은 고정비 부담이 겹치면서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소비 환경 변화도 결정적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확산과 함께 체험형·복합형 상업시설이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상품 진열 중심의 백화점 경쟁력은 약화됐다. 시부야 현장에서 확인된 것처럼 소비는 백화점 내부가 아닌 거리와 개별 매장으로 분산되고 있다. -
- ▲ 세이부 백화점 인근 자라 매장ⓒ최신혜 기자
이 과정에서 일본 SPA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일본 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은 1조3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2017년 8000억 엔을 돌파한 이후 정체기를 겪었지만, 2022년 이후 3년간 2000억 엔 이상 성장하며 다시 상승 궤도에 올랐다. 연 매출 1조 엔 돌파는 1호점 개점 이후 41년 만이다.결국 일본 소비는 고가의 목적형 쇼핑보다 SPA 중심의 ‘즉시 소비’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체류 시간은 짧아지고 구매는 가벼워지는 구조다.한국과의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국내 주요 백화점은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 비중이 약 37% 수준까지 확대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명품이 고객을 백화점 내부로 끌어들이는 핵심 역할을 하는 구조다. -
- ▲ 세이부 일부 공간에는 ‘Space Rental(공간 임대)’ 안내가 붙어 있었고 공실도 눈에 띄었다. ⓒ최신혜 기자
반면 일본은 고급 소비를 백화점 안으로 묶어두지 못한 채, 소비가 거리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도심, 같은 인파 속에서도 소비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확대와 도심 재개발, 실속 소비 확산이 맞물리며 일본 백화점 산업은 구조적 쇠퇴 국면에 진입했다”며 “유통이 고객을 한 곳으로 모으는 구조에서 벗어나 분산형 소비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기존 백화점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