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항공 전체 운항 중단중동 분쟁 장기화에 항공유 부담 급증국내 LCC도 고유가·고환율 비상무급휴직·노선 축소 확산 우려
  • ▲ 미국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항공 ⓒ뉴데일리DB
    ▲ 미국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항공 ⓒ뉴데일리DB
    중동발 고유가가 결국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의 운항 중단 사태로 번졌다. 미국 대표 LCC 스피릿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전체 항공편을 취소하며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고유가·고환율 부담이 커진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LCC를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지난 2일 현지시간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고객들에게 공항에 나오지 말 것을 안내했다. 회사 측은 환불은 가능하지만 대체 항공편 예약은 제공할 수 없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피릿항공은 미국 초저가 항공을 대표하는 업체다. 한때 미국 전체 항공편의 5%가량을 담당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지만 최근 수년간 경영난이 누적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2024년 제트블루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가 겹쳤고 이후 두 차례 파산보호 절차를 밟으며 항공기 매각과 운임 인상, 노선 조정 등 자구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중동 분쟁 장기화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회생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저가 운임 구조에 의존하는 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유류비 상승을 운임에 전가하기 어렵다.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연료비까지 뛰자 스피릿의 현금 유동성은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구제금융 협의도 끝내 무산됐다. 스피릿항공은 5억달러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협의해왔으나 지원 방식과 조건을 둘러싸고 행정부 내부와 채권단 간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국내 항공업계에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1분기까지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중동 분쟁 장기화 이후 고유가와 고환율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항공사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30%대였지만 최근에는 50%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부담이다. 비용은 뛰는데 수요가 둔화하면 LCC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연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주요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로케이는 무급휴직 신청을 받는 등 인건비 절감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서는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LCC 일부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거나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LCC를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슬롯 회수 유예 등 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