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고 에너지·케미칼산업 인프라 등 경쟁력 우수사솔, 포모사, 린데 및 다우케미컬, 엑슨모빌, 쉐브론 등 걸프연안 100조규모 투자
  • ▲ 쉐브론필립스의 텍사스 베이타운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현장 ⓒ휴스턴크로니클
    ▲ 쉐브론필립스의 텍사스 베이타운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현장 ⓒ휴스턴크로니클


    글로벌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이 미국 셰일가스 기반 천연가스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값싼 노동력과 에너지 자원을 찾아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이 값싼 천연가스와 잘 정비된 산업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석유 기반의 에너지, 석유화학 산업이 천연가스 기반 에탄과 셰일가스 기반의 천연가스 등 비석유 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값싼 원료를 찾아 해외 이돌을 결정했거나, 심각하게 고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롯데, 한화의 경우 북미시장 진출을 결정한 상태며, 국내 1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시장 진출을 고민중이다. LG화학 역시 북미지역은 아니지만 이미 카자흐스탄 진출을 확정, 나프타(원유에서 추출) 대비 1/3 수준인 에탄(천연가스에서 추출)을 원료로 한 에틸렌(HDPE, LDPE, LLDPE 등 비닐 등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유분 )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중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 지역지 '휴스턴 크로니클'은 미국 석유화학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걸프연안의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지역에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텍사스 해안 상류부터 뉴 올리언스까지 이어진 석유화학벨트 내에서 900억달러(한화 약 93조4650억원) 이상 규모의 공장 건립과 증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너지 대기업인 사솔은 루이지애나에 50억달러를 투자해 '에탄크래커' 공장을 짓고 있으며, 천연가스를 친환경 합성석유로 전환하는 GTL(gas-to-liquids) 플랜트 건립에도 140억달러를 투자했다.

    대만 포모사 플라스틱 역시 지난 2012년 2월 텍사스 포인트 컴포트에 위치한 플라스틱 플랜트 증설에 1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독일의 세계적인 가스·엔지니어링 전문 회사인 린데그룹도 텍사스 라 포르테에 있는 공장에 새 장비를 구축하는데 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대기업인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 쉐브론필립스케미칼 등도 값싼 셰일가스 기반 천연가스에 매력을 느끼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걸프연안에 있는 공장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텍사스 프리포트에 에탄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엑슨모빌은 휴스턴 운하(Houston Ship Channel)의 베이타운에 있는 화학물질 생산단지를 증설 중이다. 쉐브론 또한 지난 2일부터 베이타운에서 에탄크래커 공사를 시작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신규 공장 실설과 증설로 이 지역내 석유화학산업 규모는 오는 2017년까지 33%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리카 바우만 미국천연가스연합(America's Natural Gas Alliance) 수석 경제분석가는 "2000년대에는 많은 기업들이 더욱 싼 에너지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미국 걸프연안을 떠났지만, 최근 값싼 셰일기반 천연가스를 찾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대학 에너지경제센터의 미쉘 미처 포스 수석 에너지 경제분석가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걸프연안 지역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값싼 원료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이 곳에서는 가스뿐만 아니라 공장부지, 노동력, 인프라, 무역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햇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조지 레이스 박사는 "기업에 따라 미국 걸프연안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글로벌 대형 업체들은 고수익을 내기 위해 이곳을 찾지만 아시아계 업체들은 미래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 ▲ 쉐브론필립스의 텍사스 베이타운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현장 ⓒ휴스턴크로니클


    이와 달리 국내 석화업체들은 북미 셰일가스 투자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발 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북미 셰일가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곳은 롯데케미칼 뿐이다. 미국 석화기업인 엑시올과 합작을 통해 셰일가스 기반의 저가 에탄을 활용한 에탄크래커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답보상태다.

    한화케미칼 역시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커 설립을 추진해오다, 원가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합작을 준비하던 미국 회사와의 협상조건도 맞지 않아 공장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정부측에 북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는 등 셰일가스 기반의 사업기회를 모색 중이다.

    북미지역은 아니지만, LG화학은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천연가스 기반 에탄이 경쟁력이 더 높다고 판단, 카자흐스탄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에탄크레커를 건설중이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투자가 잇따르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채굴비용과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진, 폐수발생 등 환경적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석유에서 추출된 나프타와 달리 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의 경우 에틸렌 수율만 높을 뿐, 자동차산업 발달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프로필렌 및 고부가가치 제품인 파라자일렌 등 석유 기반 주요석유화학제품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지역을 비롯해 값싼 원료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이동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존 석유기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