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잇는 터키 발판으로 본격 출사표 'i30·씨드'로 양적성장 스타트…'신형 제네시스'로 질적성장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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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는 다양한 축구 강국들이 존재한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월드컵 우승후보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유럽의 벽'을 넘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논리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는 전 세계를 호령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비롯해 폭스바겐, 르노, 푸조 등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경제강국인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이상 '유럽의 벽'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철옹성 같던 '유럽의 벽'을 뚫어버리고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현대기아차'다. 그리고 그 뒤에는 "유럽을 넘어야 현대기아차가 산다"는 정몽구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車경쟁…현지化가 답이다

    1990년대 중반들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경쟁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점점 더 치열해져갔다.  지금이야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로 중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이 핫 플레이스(Hot Place)였다.

    1995년 현대차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현대차 터키법인을 설립, '유럽 현지화 전략' 카드를 뽑아든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유럽시장에서 경쟁하는데 단순 수출 물량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1997년 터키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대차가 터키를 유럽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것은 터키가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요충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덕에 터키에는 현대차 외에도 포드, 르노, 토요타 등의 글로벌 메이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1997년에 현대차가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면서 세웠던 터키 공장은 현대차 글로벌 경영의 초석"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 현대차 터키공장의 생산 규모는 당초 6만대에서 2006년 10만대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20만대 까지 늘어났다. 이는 현대차가 유로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차량을 지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현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차량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 터키 공장은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유럽 전략 차종 i20 신형모델의 생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2004년 터키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 현지 임직원들에게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할 수 잇는 현지화 전략을 완벽히 수행하라.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어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체코와 러시아에 각각 연산 30만대 및 20만대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며 i30, ix35(투싼)는 물론 쏠라리스, 뉴리오 등 현지 전략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슬로바키아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통해 '스포티지R'부터 현지 전략 모델 '씨드'까지 다양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국민車 폭스바겐 '골프'? 'i30·씨드'로 맞불

    한국에서 현대기아차 국민차로 불린다면, 유럽에서는 단연 폭스바겐이다. 그 중에서도 폭스바겐의 '골프'는 불티나게 팔린다. 우리나라든 유럽이든 준중형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매한가지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해치백 모델에 대한 선호도다. 골프가 해치백 모델의 대명사로 불리는 만큼 실용성을 중시하는 많은 유러피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골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각각 i30와 씨드라는 준중형 해치백 모델을 현지에 출시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현지 전략 차종인 '씨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2006년 기아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럽 31개국 자도아 전문기자단 500여명을 초청해 씨드의 대규모 시승회를 개최했다. 당시 씨드를 시승한 기자단은 "씨드의 엔진·변속기 등 제반 차량 성능과 실내·외 디자인은 유럽인들의 취향을 정확시 분석·반영해 유럽에서 성공적인 판매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 기아차 '씨드'
    ▲ 기아차 '씨드'


    i30 역시 골프를 위협하는 모델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200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전 세계 34개국 350여명의 자동차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회를 개최했다.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단은 "유럽형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차량"이라 i30를 평가했다.  당시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i30, 폭스바겐 골프를 추월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양적 성장은 성공…이제는 질적 성장이다

    현대기아차는 i30와 씨드 등을 필두로 유럽시장을 조금씩 점령해 나갔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어도 현대기아차는 선제적 위기 대응과 현지 전략차종 판매 확대를 통해 성장세는 불려 나갔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때만 해도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3.4%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유럽 산업수요가 14.9%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52.1%의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6.3%대를 기록 중이다.

    어느정도 양적 성장에는 성공한 모습이지만 현대기아차에겐 한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저렴한 브랜드라는 인식이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향상된 품질을 선보임에도 유럽인들에게 한번 박힌 인식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았다.

    현대차가 완전히 유럽의 벽을 넘어섰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질적성장 역시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에 "현대차의 럭셔리 대형세단 '신형 제네시스'를 앞세워 유럽에서 현대차의 브랜드인지도를 끌어올려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 ▲ 기아차 '씨드'

    제네시스 1세대 모델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린 경험을 유럽에서도 살려보겠다는 의지다. 특히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를 앞세워 유럽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유럽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대차의 대형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시장에 내 놓는 만큼 성공적으로 유럽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성능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올 2분기 유럽에 본격 출시 될 예정으로, 얼마만큼의 돌풍을 일으킬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 유럽 시장 직접 챙긴다

    최근 6년간 축소됐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서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유럽 현지 생산 현장을 다녀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5개월만에 유럽 시장 재점검에 나섰다. 경쟁 업체들이 회복세에 맞춰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자 임직원들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 ▲ 기아차 '씨드'


    당시 정 회장은 "올해부터 유럽 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생산과 판매 전 분야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인도 및 터키에 있는 현지 생산시설을 직접 점검했다. 정 부회장이 인도와 터키 공장을 잇따라 방문한 것은 양 공장이 유럽 향 전략차종이 생산되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유럽 시장 챙기기에 적극적인 정몽구, 정의선 부자는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와 i20를 통해 '유럽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월드컵 4강 신화와도 같은 '현대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거라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