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 무더기 제재… 은행·카드 CEO 문책 불가피
  • ▲ 시중은행 및 카드사 임직원 수백명이 이달 말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고객정보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한 금융사 창구. ⓒ 연합뉴스
    ▲ 시중은행 및 카드사 임직원 수백명이 이달 말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고객정보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한 금융사 창구. ⓒ 연합뉴스

    시중은행과 카드사 임직원 수백명이 금융사고로 이달 말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들 금융사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는 내부통제 미흡이 원인인 탓에 전·현직 은행장들과 카드사 사장들도 중징계 또는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예측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제기된 각종 금융권 사고에 대한 징계를 이달까지 마무리 짓고, 하반기부터는 상시 감시 강화와 불시 및 기획 검사를 통해 금융사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일과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10개 시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또는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재 내용이 결정되는 시중은행은 △경남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하나은행이다.

1억여 건의 고객정보 유출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국민카드·롯데카드·농협은행도 이달 말 제재가 이뤄진다.

이번 검사 발표의 결과로 제재를 받게 될 임직원 수는 대략 300~400여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이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해와 올해 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징계를 올 상반기까지 모두 마무리하라고 최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최 원장은 법규에 따라 관용없이 엄정하게 제재를 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건호 국민은행장·김종준 하나은행장·이순우 우리은행장·서진원 신한은행장 등은 최고경영자로서 기관 및 임직원 제재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의혹,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이 제재 대상 건수가 유난히 많다. 이런 탓에 제재대상 임직원만 100여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검사를 모두 묶어서 제재하는 통합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별 특검 건에 대해 일일이 제재하면 기관경고가 누적돼 영업 정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해당 점포에는 일정 기간 영업 정지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불법 계좌 조회로 제재를 받는다. 금감원은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 혐의와 관련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가 조회한 150만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내부 직원이 가족 계좌를 수백 건씩 무단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양재동 복합물류개발 프로젝트인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판매 과정에서 기초 서류 미비 등이 적발돼 징계를 받는다.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일부 기초 서류가 미흡해 고객의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하나캐피탈 건으로 김종준 행장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하나은행은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추가 제재가 예상된다. 종합 검사 특성상 모든 부문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기 때문에 임원을 포함해 최소 수십명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국의 지적에도 김 행장이 계속 행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검사 제재 수위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른 바 '괘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KT ENS 관련된 불완전판매 정황에 따른 해당 은행의 제재도 피할 수 없다. KT ENS의 법정 관리 신청으로 특정신탁상품에서 지급유예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기업은행·경남은행·대구은행· 부산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 특검을 벌였고 일부 서류상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1억여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카드 3사의 경우 전·현직 최고경영자는 해임 권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고 나머지 임직원들은 최대 문책 경고 등을 받을 전망이다. 대상자만 100여명에 달한다.

이 사고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국민카드 고객 5300만명, 농협카드 2500만명, 롯데카드 2600만명 등 1억400만명의 인적사항을 빼돌려 일부를 팔아넘겼다가 지난 1월 적발된 사건이다.

유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카드의 경우 최기의 전 사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징계될 전망이다.

13만여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의 대출정보를 대출모집인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국씨티은행 전 직원와 한국SC은행 외주업체 직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 밖에 3만4000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씨티캐피탈과 IBK캐피탈도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특별 검사를 벌였던 사안이 쌓이다보니 한꺼번에 제재하게 됐다"며 "금융사들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