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손님 때문에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어.....
  • ▲ ⓒ서울 중구 한 편의점
    ▲ ⓒ서울 중구 한 편의점

"진상 손님은 하루에 한번은 꼭 있어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이마저도 안하면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은 고사하고 다음달 용돈도 없어요"

서울시 중구의 한 편의점 앞에는 '허니버터칩 없음','담배는 1인 1갑만 판매'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한 때 무서운 입소문으로 퍼져 나갔던 '허니버터칩'의 위력도 이젠 잠잠해졌다고 생각한 기자의 착각이 발길을 편의점 안으로 돌려버렸다. 

기자가 들어선 편의점 가게는 10평도 안되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하루 종일 계산대에서 물건들을 찍고 빈 진열대를 채워야 하는 알바생 얼굴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것보다 더욱더 알바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소위 '진상' 손님들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만난 알바생 김모(23세.남)씨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그는 "허니버터칩에 대한 문의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진상 손님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내부에서 조절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허니버터칩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것은 욕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50대 가량의 남성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욕을 마구 퍼붇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요즘 허니버터칩이 잘 팔린다고 해서 일부러 왔는데 왜 없냐"라며 ""편의점에 없는게 어디있냐? 해당 업체에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구해다 놔라"고 말했다.

김씨는 "허니버터칩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진상 손님을 몇 번 겪다보니 이젠 비슷한 제품도 안 먹는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김씨를 분노케 한 일이 몇 주 전에 발생했다고 했다. 

이제 담뱃값이 올랐으니 더이상 사재기는 없지 않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아직도 여전히 오르지 않는 담배 위주로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번은 사재기는 정부에서 단속하기 때문에 1인 1갑만 판매 가능하다고 했더니 대뜸 멱살을 잡으며 '니가 뭔데 한갑만 파냐'는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그 때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온다"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지만 다음 학기 등록금은 고사하고 당장 다음달 용돈 벌기에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회 곳곳에 갑과 을의 관계가 최대 이슈다. 손님이 왕이라는 일부 고객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인해 피멍드는 것은 알바생들 뿐이다"라며 "편의점 알바생의 하루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조만간 편의점을 상대로 하는 갑의 횡포도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청년유니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에 손님한테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는 이들은 22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1명(53.8%)에 이르렀다.

114명(50.7%)은 인격 무시 발언, 89명(39.6%)은 욕설이나 폭언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이도 34명(15.1%)이나 됐다. 

신체적 위협(35명, 15.6%)이나 폭행(9명, 4%)을 당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갑(손님?)과 을의관계가 뿌리 깊숙이 박혀 있는 가운데 오늘도 알바생 김씨는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