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장 돌려막기'에 비난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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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모 대한조선 대표이사 부사장(59·사진)이 STX조선해양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정성립 현 STX조선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후임 사장으로 내정된 데에 따른 대주주 산업은행의 후속 조치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경영진추천위원회 앞으로 이 대한조선 부사장을 STX조선 후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산업은행(지분 48.2%), 농협(22.6%), 수출입은행(14.2%) 등 채권단, 경영관리단장, 회사 대표 등 5인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지난 1982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생산지원본부장 상무,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등을 역임했다. 2011년 7월부터는 대우조선이 위탁경영하는 대한조선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당초 대우조선의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지난 3월부로 대우조선 부사장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대한조선 대표 역할만 수행 중이다.
산업은행 측은 "STX조선의 경영 공백 최소화와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해 신속히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결의가 완료될 시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늦어도 5월말에는 이 후보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6일경 STX조선의 임시주총이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는 정성립 현 사장이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지속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모 부사장 역시 최종 승인 전까지 대한조선의 경영을 이어간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대우조선과의 위탁경영을 종료한 대한조선의 후임 대표는 차후 법원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협의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STX조선 관계자는 "경영정상화가 한창인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외부인사가 사장으로 들어올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빠르게 후임 사장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고, 대우조선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오신 분으로 알고 있어 어느정도 우려가 불식됐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STX조선 지회도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 낙하산 인사 선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STX조선 대표이사를 대우조선 대표로, 대한조선 대표를 STX조선 대표로 옮기는 등의 산업은행의 조치를 놓고 '사장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STX조선 모두 내부에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업은행이 결국 외부인사를 자리에 앉혔다"며 "새로운 인물에 대한 검증 없이 기존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인재 풀만 활용하는 듯 해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