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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가 코스피지수가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장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55조원의 뭉칫돈이 증권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75%로 내려 사상 초유의 '1%대 금리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시중 자금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시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직전인 작년 7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8개월간 자산운용사 수신액과 증시 투자자예탁금 증가액은 총 5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투자신탁 및 투자회사 기준)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7월 말 357조8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10조원으로 8개월 사이 52조1000억원(14.6%) 늘었다.
자산운용사 수신 상품은 크게 주식·채권·혼합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신종 펀드 등으로 나뉘는데, 저금리 기조가 강화된 이후 이들 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이다.
반면 기간 은행 정기예금은 563조원에서 547조원으로 2.9% 감소했다. 은행 1년 예금금리가 연 2%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채권형 펀드와 MMF가 주도했다. 두 펀드에는 8개월간 14조2000억원, 21조6000억원이 유입돼 잔액 증가율이 각각 22.7%, 27.1%에 달했다.
MMF는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수시로 유입과 유출을 반복해 부동자금 성격을 지닌다. 채권형 펀드도 금리 인하로 수익률이 좋아진 데다 환매수수료가 낮아 단기자금이 많이 몰렸다.
주식형펀드는 최근 코스피가 반등하면서 3월 한 달간 1조7000억원의 환매성 자금 순이탈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에서도 8개월간 총 8000억원의 순유입을 나타냈다.
파생상품·재간접·부동산·특별자산펀드 등으로 구성된 신종펀드에도 14조4000억원이 들어와 1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위탁계좌에 맡긴 돈으로, 주식매수를 위한 대기자금 성격이다.
이 자금은 3월 말 잔액이 18조4000억원으로, 8개월 동안 2조7000억원(17.4%) 증가했다.
예탁금은 2월만 해도 한 달 증가액이 30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3월 한 달 동안만 1조6000억원이 유입됐다.
시중자금은 저금리 기조가 전개되는 동시에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며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증시에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증권가 역시 코스피의 예상 등락범위의 상단지수를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반면 주가 급등과 함께 무분별한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과거 증시의 상승국면에서 개미들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장세에 밀려 큰 손실을 봤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최근 급등 장세가 IT, 증권, 금융 등 업종별로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며 "개인들의 접근이 쉬운 코스닥 종목들은 이미 상당히 올라 가격 부담이 큰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