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씨티은행
'기업금융장 선임' 노사 갈등

한국씨티은행이 박진회 행장 체제로 돌입한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불합리한 인사로 논란이 일었던 유명순 신임 기업금융그룹장이 오는 6월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내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 박진회 행장이 취임 당시, 노사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노사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조만간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 유명순 기업금융그룹장 선임 취지를 묻는 서안을 발송할 계획이다. 

현재 씨티은행 노초 측은 지난 2013년 디지텍 시스템 대출사기 발생 당시 담당자였던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씨티은행을 떠난 지 1년 3개월 만에 기업금융그룹장으로 재선임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디지텍 시스템스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만들어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 납품했던 업체로, 지난 2013년 실적을 위조한 뒤 조작된 허위 매출채권을 씨티은행에 넘겨 약 18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순 기업금융그룹장(사진)은 당시 기업금융상품본부장 겸 부행장을 맡고 있었으나 지난해 3월 씨티은행을 퇴사하고 JP모간은행 서울지점 기업금융 총괄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지난 4월 씨티은행 기업금융그룹장으로 복귀하면서 불합리한 인사라는 논란이 계속 제기됐다.

노조 측은 선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두 차례 냈으나 박진회 씨티은행장 체제 아래에서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 유명순 기업그룹장 선임 배경을 직접 묻기로 방침을 정한 것. 

노조 관계자는 "대출사기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였던 사람이 금감원 감사가 진행됐을 당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해결된 뒤 기업금융그룹장으로 재선임된 것을 두고 박진회 씨티은행장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정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기업금융그룹장은 영업 업무에 있어 박진회 행장의 컨트롤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사 사업부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더십이 떨어진 사람을 승진시켜 발탁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아 마이클 코벳 미국 씨티그룹 회장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관계자는 "디지텍 시스템 대출사기가 발생한 것에 있어 당시 유명순 기업금융그룹장이 사건과 관계된 직접적인 담당자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담당이라는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