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이어… 수수료 과다 지급, 성과보상 체계 등 파헤칠 듯
  • ▲ 한국씨티은행이 금융당국의 정밀 진단을 받게 됐다. ⓒ NewDaily DB
    ▲ 한국씨티은행이 금융당국의 정밀 진단을 받게 됐다. ⓒ NewDaily DB

    각종 금융사고와 노사 갈등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금융당국의 정밀 진단을 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기존의 백화점식 종합 검사를 타파해, 금융사 경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정밀하게 진단할 방침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부터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돌입했다.

이 검사는 2~3년 만에 돌아오는 정기 종합검사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종합검사를 정밀진단형 경영실태 평가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검사가 발표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것이어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불법대출업자에게 압수한 USB에서 고객 정보 4만4천여건이 흘러나간 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중징계를 기다라고 있다.

씨티은행의 용역비 지급 적절성도 집중 검사 대상이다.

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이후 작년까지 1조2185억원의 용역비를 지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의 총액의 35%다. 이 가운데 해외 용역비는 774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용역비의 62%나 된다.

용역비는 배당금과 달리 법인세와 배당세를 내지 않고 10%의 부가가치세만 부담하면 되므로 불법적인 해외 이전이라는 의혹이 노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외국계 은행인 이 은행의 과도한 국부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구조 조정 과정도 점검된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기존 190개 지점의 3분의 1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다른 지점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태업 등을 통해 강력히 반발해 고객 불편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은행의 성과보상 체계도 당국의 점검 대상이다.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은 순익이 반 토막 나는 가운데 지난해 연봉으로 29억원을 받아 4대 금융지주 회장보다 많았다. 하 행장의 연봉에는 상여 11억8000만원과 이연지급보상 7억7000만원이 포함됐다. 성과에 따른 '상여'와 '보상'으로만 20억원 가까이 추가된 셈이다.

씨티은행은 대출 사기 사건에도 연루돼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에 납품하는 한 업체는 매출채권 등을 일부 위조해 씨티은행으로부터 1700만달러(180억원)의 허위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에 대한 종합 검사를 마친 뒤 항목별 취약 사항을 건강진단표처럼 명시해 철저한 사후 관리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부과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영실태 평가등급을 5등급 15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금융사별로 차별화를 할 계획이다.

고객 정보 유출 등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실태 평가등급 산정에 명확한 불이익을 주기로 해 씨티은행은 최하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에 대해서도 정밀 진단을 진행 중이다. 대구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 순익이 5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4%나 줄어드는 등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내달 중에는 제주은행에 대한 종합 검사에 들어간다. 내달 말에는 각종 금융사고와 경영진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은행도 정밀 진단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