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2일 입찰공고 후 2주 뒤 업체 선정최저가 입찰제 도입에, 계약기간 2년 연장 검토 중정유업계 "예측불가능 시장 속 2년 공급계약은 부담"기름값 인하 효과 없어 실효성 의문 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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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4차년도 알뜰주유소 입찰이 코앞인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전략짜기에 고심 중이다.

    특히 한국석유공사가 유류공급 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일께 알뜰주유소 입찰공고를 내고 2주 뒤인 16일경 공급 업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최저가 입찰 방식, 2년 연장안 등 새로운 기준을 검토하는 만큼, 석유공사는 막판까지 세부 내용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정유 업체들은 최저가 입찰방식 도입은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2년 연장안의 경우 확정될 경우 각사들의 치열한 눈치게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검토되는 2년 연장안은 업계의 현실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석유공사가 계약기간을 늘리려는 것은 협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매년 입찰을 하는 번거로움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물론 알뜰주유소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 2년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당장 다음달 석유제품 시장 가격이 어떻게 될지조차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2년이라는 긴 계약시간은 정유사에게 상당한 위험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알뜰주유소 공급 업체는 싱가폴현물가격(MOPS. Mean of Platt's Singapore)을 기준으로 MOPS±α를 산정해 가격을 매기게 된다.

    MOPS 가격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정유사들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유가가 요동을 칠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돼 정유사에게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것 역시 정유사업자들에게 최대한 균등하게 제공해야 할 공급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업체들은 최근 정제마진이 최근들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굳이 알뜰주유소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배럴당 3달러에서 올 1분기 8달러까지 급등하며 최근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제마진이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올들어 시나브로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내수든 수출이든 안정적 판로만 확보 돼 있다면 굳이 알뜰주유소에 입찰에 힘을 뺄 필요는 없다"면서 "일단 입찰공고 세부 안을 보고 입찰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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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정유업계가 알뜰주유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형적으로 탄생한 알뜰주유소가 제대로 된 소비자 체감 효과를 주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와 달러환율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상황 등 무수하게 많은 다변적 영향을 받으며 매일 가격이 변하는데 정부 정책으로 기름값을 잡는다는 것은 황당할 따름"이라며 "알뜰주유소 시행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기름값 인하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알뜰주유소를 본 적이 있느냐"면서 "소비자 혜택은 커녕 매년 알뜰주유소 공급 업체로 선정되는 특정업체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꼴이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알뜰주유소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정유업체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꾸준히 알뜰주유소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왔지만 정부는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기는 커녕 오히려 올해 말까지 알뜰주유소 수를 13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 알뜰주유소 수는 지난 2012년말 844개, 2013년 말 1031개, 2014년말 1136개, 올 5월 말 기준 현재 1146개로 점차 확대 속도가 줄고 있어 올 연말까지 1300개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서울의 첫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가 개점 7개월만에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등 폐점하는 알뜰주유소가 꾸준히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취급, 품질부적합, 정량미달 적발건수도 일반 정유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일반 주유소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카드할인 등의 서비스를 고려하면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알뜰주유소 존재 이유에 의문점을 남겼다. 


    한편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2년부터 1부시장과 2부시장을 나눠 유류공급사를 선정해오고 있다.

    1부시장에는 국내에 저유시설과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전국에 직접 유통할 수 있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2개사가 공급사로 선정되며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을 알뜰주유소로 직접 유통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가 3년 연속 1부시장 공급사로 선정됐으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은 각각 한 번씩 공급사로 결정됐다.

    2부시장은 매달 10만배럴 이상의 석유제품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1개사가 선정되며 최근 한화토탈로 간판을 바꿔 단 삼성토탈이 3년 연속 2부 시장 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2부 시장에서도 한화토탈이 공급자로 선정될 경우, 한화는 지난 1999년 경인에너지를 매각한 지 16년 만에 사실상 정유사업에 재진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