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지난 6월부터 해외 투자자산 대거 회수국제유가 배럴당 30달러 추락…오일달러 이탈 가속화
  • 국제유가 급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이 올 6월부터 주식 등 해외 투자 자산을 대거 회수 중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오일 달러가 더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외국인은 지난 10월 국내 상장 주식을 1조8960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이는 17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룩셈부르크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내다 팔고 있다. 5개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초 순매수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주식 누적 투자액도 현재 순매도로 돌아섰다. 국적별 자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의 비중은 10월 말 현재 2.83%에 불과하지만 유출 속도가 빨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별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8월까지 1648억원에 그쳤지만, 9월 9463억원, 10월 2조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과 금융투자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과 이달에도 국내 증시에서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처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월보다 10% 넘게 떨어져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재정 수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조달처가 외환보유고밖에 없어 해외 투자자금을 계속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20달러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중동계 자금의 해외 투자 자금 회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각각 배럴당 36.76달러, 39.70 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 2009년 2월 이후, 브렌트유는 약 7년 만에 각각 최저치다.

    이란의 석유 수출 정상화와 난방유 수요 감소,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 전망 등의 요인은 유가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셰일산업 고사 작전 차원에서 저유가 상황을 더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균형 재정을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자산을 처분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금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