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끝나는데 성장 둔화 가속·부채부담 가중무역전쟁으로 교역질서 흔들…중국 성장둔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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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조에다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급격한 경기후퇴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올해 하반기 들어 수요 부진, 무역과 금융리스크 등을 이유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3.7% 성장했던 세계 총생산(GDP)이 올해와 내년 모두 성장률 3.7%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 역시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GDP 성장률은 3.5%로 올해 3.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흐름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에 따라 대량으로 풀렸던 '공짜 돈'의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벌써 돈줄 죄기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내년 추가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신호는 보냈으나 내년 2차례 추가인상을 시사한 만큼 긴축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매달 자산을 매입해 현금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이달 말에 종료한다. ECB는 내년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건 신흥국들이다.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에 들어간 자금이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선진국으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 주식이나 채권이 급락하고 환율까지 출렁거릴 위험이 있다.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덩달아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 인상은 부진한 자국 내 경기 흐름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의 외화표시 부채의 상환 부담을 더욱 키워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부채 리스크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부채가 184조 달러(약 20경7809조)로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급증한 부채는 금리 인상기의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 불이행)나 부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도 여전히 내년 글로벌 경기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는 내년 3월 1일까지 통상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양국의 싸움은 이미 관세를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도 내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저렴한 노동력과 정부 지원, 부채 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국은 내수 위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신창타이'(뉴 노멀) 정책 추진 초반에 무역 전쟁의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구도도 내년 경제의 불안 리스트에 거론된다. 포퓰리스트 정권의 부상과 정치적 불안 확산, 내년 3월 말 영국이 EU와의 탈퇴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무질서하게 브렉시트를 단행할 가능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