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스마트폰 출하량 69% 줄어삼성-애플 이어 샤오미에도 뒤져'美 제재-코로나19' 영향 제한적...'5G 장비' 성장 자신美 눈치보던 유럽·남미 도입 고려... 재도약 기회잡아추가적인 미 압박에 힘겨루기 이어질듯
  •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장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가 여전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 내수시장에 의존하던 화웨이는 삼성과 애플은 물론이고 샤오미에게도 자리를 내줬지만 오히려 코로나19를 계기로 5G를 비롯한 글로벌 통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수요가 커져 통신장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3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550만 대로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820만 대를 출하한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1020만대를 출하한 애플과 600만 대를 출하한 샤오미가 화웨이를 제치고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지난 1월까지는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지난 2월 절정에 달하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애플, 샤오미도 10~30% 수준으로 출하량이 줄긴했지만 화웨이가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반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번 타격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주력 해외시장이었던 유럽과 동남아, 남미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벗어난 화웨이폰을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내 매출 비중을 높여왔던터라 코로나19 충격을 더 고스란히 흡수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최근 화웨이의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는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미국의 제재도 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는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런정페이 회장이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데는 다름 아닌 통신장비 사업에서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는데 힘이 실린다. 그는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온라인 서비스가 필수가 된 상황에서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수요는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통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확실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더 많은 국가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신산업 중심으로의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 가능성과 이로 인해 5G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기부양 효과를 위한 투자 혹은 변화될 산업에 대한 선수요 반영을 위해 5G 인프라 투자를 계획보다 앞당기고 있는 시그널이 포착된다"고 분석했다.

    우선 화웨이의 텃밭인 중국의 5G 인프라 투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정치상무국회의에서는 5G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논의를 마쳤고 통신 양대산맥인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등이 기존 40만 개의 5G 기지국을 올해 60만 개까지 확대할 것이라 밝히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보류했던 국가들이 속속 다시 화웨이의 손을 잡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화웨이로선 희소식이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했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자사 5G 장비 도입의사를 내비쳤다고 화웨이는 주장했다.

    다만 미국도 다시 한번 화웨이 제재에 고삐를 죄면서 방어에 나서 화웨이의 뜻대로 코로나19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지에 물음표도 여전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장비와 칩 공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조치를 가동하면서 올해도 미국과 화웨이 사이의 힘 겨루기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