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유력… HDC·채권단 플랜B 검토당분간 산은 경영… 구조조정 후 에어부산·서울 분리 매각 "영국·일본항공 실패 사례… 기간 최소화 후 재매각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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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 ‘노 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DC는 물론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등은 저마다 플랜B를 저울질 하고 있다.

    거래 무산 시 유력한 대안은 채권단 경영 체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는 모양새로 국내 2위 항공사의 ‘국유화’가 현실화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산은이 벌써부터 거래 무산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장 다른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산은 주도로 운영자금 등 긴급 수혈을 한 뒤 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거쳐 일정기간이 지난뒤 재매각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관계사 에어부산과 자회사 에어서울은 우선 매각 대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사례와 유사한 흐름이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지만 후한 점수는 받지 못하고 있다. 각각 수조원대의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오랫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적절한 투자와 경영판단·감시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서다.

    해외 항공사 국유화도 대부분 실패했다.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 일본항공(JAL)이 대표 사례다.

    한국 공기업과 비슷한 형태로 출범한 JAL은 1980년대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관료 영향을 벗어나지 못해 고전했다. 그러다 2010년에는 법정관리를 겪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기업출신 CEO를 영입했고, 민간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야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수 외항사는 국영화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항공사 알이탈리아는 정부로부터 5억 유로를 지원받아 최근 국유화됐다. TAP포르투갈, 에어프랑스 등도 절차를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현지 업계는 “지원은 긴요하지만 정부 관리는 필요하지 않다”며 경영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 ⓒ 연합뉴스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 ⓒ 연합뉴스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낸다. 현 시장 상황상 일정 기간 동안의 국유화 내지 국영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시각이다. 업황 회복 후 재매각을 고려해 묻지마식 비용 감축이 아닌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각 실패로 산은이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 사업성보단 공익성 등 정부 논리에 끌려가기 쉽다”면서 “대규모 선제투자가 중요한 항공업에 이 같은 분위기가 적용될 경우 사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국영·국유화 기간을 최소화하고, 새 인수자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면서 “장기화 시 항공 공공운임 도입 등 시장 생태계를 흐릴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