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코로나 재확산에 금융안정 위기 재진입 경고 2분기 가계부채 1637.3조원, 전년동기比 5.2% 증가
  • ▲ ⓒ한국은행
    ▲ ⓒ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FSI)가 지난 4월 위기단계에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6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국내 금융시스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5월 이후부터는 주의단계로 하락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금융안정지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2020년 9월)'에 따르면 금융안정지수는 지난 4월 23.9로 위기단계에 진입했다. 현재까지 금융안정지수가 위기단계에 진입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초반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총 3번이다.

    금융안정지수는 0에서 100까지로 100에 가까울수록 불안정성 정도가 높은 것이다. 0~8은 '안정단계', 8보다 크면 '주의단계', 22보다 크면 '위기단계'로 구분한다.

    한은은 금융안정지수가 악화된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유동성의 자산시장 유입으로 금융·실물 괴리 우려가 커지는 등 중장기적으로 금융안정 측면의 잠재리스크가 증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과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민간부문의 채무상환능력 약화 우려를 감안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 ⓒ한국은행
    ▲ ⓒ한국은행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꼽혀온 가계부채(가계신용기준)는 2분기 말 기준 1637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2% 늘어나 증가세가 다소 확대됐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그러나 예년 평균(10~19년중 7.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6월 이후에는 주택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택관련 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된 가운데 기타대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8월 중 주택관련대출과 기타대출 증가규모는 각각 15조4000억원, 1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81.2%, 93.3% 확대됐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66.5%(추정치)로 전년동기 대비 7.0%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연체율이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6월 말 1.83%로 전년 말 대비 0.13%포인트 올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10~19년중 평균 2.71%)을 밑돌았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 매출 감소와 전반적인 고용사정 악화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원리금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로 아직까지는 신용위험이 현재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신용은 2분기 말 2079조5000억원(추정치)으로 전분기(2021조3000억원)대비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2분기 말 기준 1296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자금수요 집중으로 큰 폭 증가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악화하는 양상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으로 향후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 ▲ ⓒ한국은행
    ▲ ⓒ한국은행
    이자낼 돈도 못 버는 ‘한계기업’은 지난해 기준 3475개(전체기업대비 14.8%)로 전년(3236개) 대비 7.4%(239개) 증가했다. 이는 한계기업 통계 작성(2010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의미한다.

    한계기업 여신규모는 지난해 말 115조5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0조3000억원(9.8%) 증가했다. 

    한은은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