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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전월세신고제'를 2개월 앞당겨 4월부터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모든 전월세 계약 내용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돼 전월세 가격 수준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7월말 시행된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전월세신고제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돼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임대소득이 고르란히 드러나게 된 일부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임대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6월 임대차 신고제 시행에 맞춰 신고인 편의를 위한 전입신고, 확정일자 연계, 온라인 신고 등 관련 사항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임대차 신고제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4월 사전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11월에는 임대차 실거래 정보 시범공개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신고제가 도입되면 임대인은 30일 이내에 임대료, 계약금, 임대기간, 중도금 등을 신고해야한다. 월세나 계약금 등 임대조건이 바뀔 때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가 필요하다.
정부는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면 모든 전월세 계약 내용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돼 어느 동네 전월세 가격이 어떤 수준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의 개략적인 운영 방안 등은 오는 3월 입법예고할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길 것"이라며 "시범대상의 범위와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고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가격변동 등도 추가로 공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깜깜이에 가깝던 전월세 거래에 대해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 통계로도 전체 임대주택(약 673만가구) 가운데 임대현황 파악이 가능한 주택은 22.8%(약 153만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집주인은 같은 단지나 인근 비슷한 매물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는 가격을 부를 수 없게 돼 세입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자녀에게 고가 전세를 얻어주는 방식으로 전월세를 이용한 편법증여나 상속 등 탈세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대소득이 모두 드러나는 집주인의 경우 세금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우려되는 이유다. 또 같은 단지인데 동호수에 따라 전세가격이 수억원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권을 뒷받침하는 제도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전세품귀로 집을 구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것처럼 임대시장도 요동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시가격 인상과 각종 세금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임대소득세까지 부과되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게 된다"며 "그동안 주택임대로 노후 생활을 영위해온 은퇴자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