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공유 의심 사용자 '본인 확인' 테스트이용자 불만 쇄도… 웨이브, 티빙 등 대체재 많아 고객 이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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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장에서 견고했던 넷플릭스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반사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비밀번호 공유가 의심되는 사용자 대상으로 '본인 확인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해당 계정 소유자의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코드를 전송해 본인 확인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돌연 단속에 나선 것은 수익성 관리 차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가입자가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티빙, 왓차, 웨이브 등 다양한 OTT 서비스 등장으로 가입자 수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실제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 220만 명으로 떨어졌다. 1분기 1580만명으로 유료 가입자 수 증가세가 정점을 찍었지만, 2분기에 1010만명으로 줄면서 가입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전년동기 52억 5000만달러 보다 많은 64억 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총순익은 7억 9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넷플릭스의 이번 조치가 양면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유료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반면, 다른 OTT 서비스도 이용 중인 복수가입자들은 넷플릭스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이 참에 돈 내고 직접 가입하겠다는 이용자들도 있지만, 계정 공유가 아닌 이상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용자도 있다"면서 "생각보다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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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OTT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 조치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아직 국내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대체 서비스가 많아진 만큼 가입자 유입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이번 조치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가입자 이탈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OTT는 계정 공유 단속 등에 나설 계획이 없는 만큼, 일부 가입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사용자들은 여러 명이 하나의 계정을 결제하고 구독료를 나눠서 지불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넷플릭스 아이디를 공유하는 비율은 사용자 전체의 33%에 이른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조치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이제는 대체재도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빠질 수도 있겠네요", "뭔 효과를 기대하고 이런 정책을?" 등과 같은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쿠팡플레이나 왓차로 갈아탄다는 이용자도 있다.

    최근 토종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맞서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티빙은 올해 초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카카오TV도 '미드폼' 형식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에도 적극 대응중이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은 '한국OTT협의회'를 발족하고 규제와 저작권 제도 개선 등을 비롯해 해외서비스가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등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정부 평가도 구체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반기 안으로 '넷플릭스법'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국내 트래픽에 무임승차하는 해외 업체에 책임을 부과하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내용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과거에는 대체재가 없었지만, 지금은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다양한 OTT 서비스가 있는 만큼 가입자가 이탈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도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국내 OTT 업체들의 가입자 역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