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마저 30억달러 적자… 4분기 성장 비상등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했다. 사상 최대 94억7000만달러 무역적자 여파다. 정부가 자신했던 경상수지 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4분기 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한화로 약 4조303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 74억4000만달러 흑자 보다 104억9000만달러나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 지난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하지만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석달 연속 이어졌지만 넉달 만에 기조가 깨졌다.

통상 4월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종종 벌어지지만 이번 적자는 충격이 커 보인다. 상품수지가 4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1억8000만달러 적자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12년만에 처음 발생한 이후 8월에는 적자폭을 더 키웠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4억8000만달러 줄어든 것이다.

수출은 572억8000만달러로 7.7%(41억달러)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수입은 617억3000만달러로 30.9%(145억8000만달러) 급증했다. 대중국 수출이 5.4% 감소한데다, 원자재 수입이 36.1% 늘어난 영향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이 늘어 여행수지도 9억7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고금리 기조와 강달러 현상으로 금융계정은 6억1000만달러 순자산 감소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36억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 국내투자는 18억1000만달러 증가에 그쳤다. 내국인 해외투자는 6억1000만달러 늘었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25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정부는 그동안 최악의 무역적자에도 경상수지와 상품수지가 건재하다는 이유로 위기론에 선을 그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진정한 국제수지 흑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무역수지 보다 정확히 상품수지를 봐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상품수지가 두달 연속 적자를 내고 경상수지 마저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제 성장에 위험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환율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도 지난달 상품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둔화 소식이 전해진 이후였다.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했다.

4분기 수출 전망도 악화일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로 84.4를 제시했다. 3분기 94.4보다 10포인트 더 하락했다. 특히 우리 주력수출품인 가전, 전기·전자제품 수출전망지수는 50을 하회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물류난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수출 경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역성장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하향조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1분기, 2분기 각각 0.6%, 0.7% 성장한 가운데 3·4분기에는 성장폭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는 무역수지 적자가 이례적으로 컸던 탓으로 9월에는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우리경제는 주요국에 비해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며 "무역적자에도 해외생산 무통관수출 흑자, 본원소득수지 흑자, 운송서비스 흑자 등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