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에 '車보험료 인하율' 자료 배포 지시21일 현대·KB·메리츠, 22일 삼성·DB 지정"보도자료 지시 이례적"… '당혹'
  • 금융당국이 민간보험사의 보도자료 배포까지 개입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관치금융' 논란이 이는 터에 보험사의 자율영역인 보험료 산정에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주요 손해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율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에 자동차보험료 인하율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5대 손보사 중 KB손보(2%대), 현대해상(2.0%), 메리츠화재(2.5%)가 개인용 자동차보험 인하율 관련 보도자료를 실제로 배포했다. 나머지 삼성화재와 DB손보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2%대 인하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위는 각 사의 보도자료 배포 시점까지 상세히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K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가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약 1시간 간격으로 보도자료를 순차적으로 언론에 배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손보사 내부 관계자는 "금융업이 아무리 규제산업이라고 해도, 당국이 직접 나서 민간 보험사에 보험료 인하 관련 보도자료를 내라고 지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민간 금융사를 정부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당초 주요 손보사들은 1%대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검토했으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율을 2%대로 확대했다. 실손보험료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는 내년 두 자릿수 인상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결국 8.9% 인상이 확정됐다.

    한편, 금융당국의 관치금융에 몸살을 앓는 것은 비단 보험업계뿐만이 아니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를 받은 뒤 당국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3연임이 확실시 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전격 사퇴했다.

    내부 출신 손병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는 경제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됐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와 동시에 영입한 1호 인사로, 대선 캠프 초기 정책 작업에 관여하고 당선인 특별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이밖에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총 18명의 후보들 중 외부 인사가 무려 9명이 포함돼 있다. 9명 후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 정권과 가까운 금융권 '올드 보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