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미승인 외주업체, 생산지 속이기 내부고발 나와CEO "회사 이미지훼손 불미스러운 일 발생"…"내부 감사할것"연봉동결 결정 후 직원 불만 폭주... 갑자기 "휴가비 100만원 지급" 결정 빈축
  • ▲ 심텍 청주공장 이미지 ⓒ심텍 홈페이지
    ▲ 심텍 청주공장 이미지 ⓒ심텍 홈페이지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회사인 심텍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품 품질 관련 내부고발에 단속에 들어갔다.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이번에 제기된 의혹을 감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회사 이미지를 훼손하는 직원들의 내부고발 행위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최근 내부고발 형태로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주 본사에서 품질 미승인 외주업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작성한데 대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메시지에는 "최근 여러 인터넷 매체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불미스러운 내용들이 게재되며 확산되고 있다"며 "경영활동과 관련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기능을 통해 철저하게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심텍 직원으로 보이는 글쓴이가 "자사 제품이 설비 승인을 받지 않은 외주업체를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외국에 두고 있는 품질 미승인 생산라인에서 나온 제품을 본사에서 제조된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하고 있다"는 폭로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이후 이 글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확산돼 논란이 커졌다. 해당 글에는 또 다른 심텍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실제 제품 모델명이나 납품사 등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댓글을 통해서 앞서 제기된 심텍의 제조 상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다.

    심텍은 반도체용 PCB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물론이고 마이크론이나 일본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까지 고객사들을 두루 두고 있는 업계 1위 기업이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심텍은 D램 등 메모리칩을 확장시켜주는 모듈PCB와 반도체 조립용 서브스트레이트 기판을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심텍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뽑은 '우수협력회사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반도체업계에선 이미 오랜기간 신뢰를 쌓아온 부품사다. 그만큼 이번 미승인 설비 외주업체 활용 문제나 본사 제조가 아닌 제품의 이른바 '택 갈이' 같은 이슈는 고객사와 직결돼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품질 의혹에 대해 심텍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우선적으로 표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이번에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감사해 규명하겠다며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더불어 앞으로 이런 오해와 불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내부고발에 앞서 심텍은 직원들과 임금 등 처우개선 문제를 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회사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며 승승장구를 이어왔는데 직원들은 올해 '연봉 동결'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CEO 메시지를 통해 심텍은 임금 동결로 상실감이 큰 직원들에게 복지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텍은 메시지에서 "신규 복지제도로 하계 휴가비(인당 100만 원) 지급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밖에 추가적인 복지제도 강화방안 및 2023년도 인센티브 제도를 3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연봉 동결에 이어 뒤늦게 복지정책과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심텍 직원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내부고발과 같은 방법이 나오고서야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회사의 입장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품질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철저한 내부 감사를 한다는게 사실상 고발자를 색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직원들 연봉은 동결한 가운데 주요 경영진 연봉은 50% 이상 오른 이 상황에서 이번에 제시한 당근책이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