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어 지난주 언팩서도 출시 예고첫 XR 기기 공개 전망… 개발자 버전 선출시애플 비전프로 시행착오에 플랫폼 선구축 강조
  • ▲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강조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장소희 기자
    ▲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강조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장소희 기자
    XR(확장현실) 플랫폼 선출시를 선언한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열리는 '삼성개발자회의(SDC) 2024'에서 첫 XR 기기를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개발자 버전으로 만들어진 첫 XR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 이후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수정을 거친 후 실제 제품 출시는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2일 전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첫 XR 디바이스를 오는 10월 3일 열리는 SDC 2024에서 선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서 공개되는 첫 XR은 개발자 버전으로, 이후 실제 소비자 판매용으로 출시되는 제품은 내년 1분기에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갤럭시 S23'이 공개되는 언팩 행사에서 처음으로 XR시장 진출 계획을 알렸다. 구글, 퀄컴과 XR 헤드셋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기기의 스펙이나 형태에 대해선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 구글이 XR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XR'을 제공하고 퀄컴이 핵심 구동칩을 개발해 삼성과 협력할 것으로만 예상할 수 있었다.

    이후 1년 반 넘게 XR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하반기 갤럭시 언팩에서 다시 삼성의 XR 사업 전략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언팩 행사 말미에 구글과의 협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XR 플랫폼이 연내 나온다(Our new XR platform coming this year)"고 말해 삼성이 XR 기기를 먼저 내놓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선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노 사장은 이에 부연해 XR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기기 출시에 앞서 선제적으로 플랫폼을 갖추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작업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노 사장은 "XR 같은 새 디바이스는 기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기를 이용하는 이들이 좋은 경험과 서비스 콘텐츠를 많이 누릴 수 있게 에코시스템을 확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디바이스를 먼저 만들고 에코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기존 계획에서 방향을 바꿔 올해 내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후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단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이 XR 생태계 구축을 선과제로 추진하는만큼 자연스럽게 XR 기기 출시 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밀릴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기도 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삼성이 원래 올 1분기 XR 헤드셋 출시를 준비했으나 이를 1년 가량 미룬 내년 1분기로 잡았다"며 "아직 제품이 사용자를 현혹할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도 내부적으로 앞서 출시된 경쟁사 제품과 그 제품 생태계를 파악하면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사용 차별성이 있는 XR을 선보일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으로 XR시장이 개화하지 않은데다 과거 구글과 협력해 가상현실 시장에 도전했다 철수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올 초 출시한 애플의 XR 기기인 '비전 프로' 마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삼성이 XR 분야에서 돌 다리를 다시 한번 두드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비전프로의 앱 생태계가 다소 부족한 600여 개에 그치고 아직은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은 가운데 3500달러(약 486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 판매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면서 삼성도 XR 플랫폼 구축에 보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