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성·울주 등 '심각' 발령 … 주민 2000명 대피사상자 10명 '비극' … 초기 진화 미흡 등 구조적 문제 대형산불 10년간 4배↑ … 공중진화대 인력유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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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오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군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에서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하면서 산림당국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4명의 사망자를 낸 역대급 산불에 대해 산림청이 초기진화부터 구조적으로 산불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24일 산림청 실시간산불정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5개 지역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산림 당국은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 최고 대응 단계인 '심각'을 발령했다.이번 전국 동시다발 산불로 이날 오전 기준 축구장 1만894개에 달하는 총 7778.61㏊(헥타르) 면적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의성군의 피해 면적이 6078㏊로 가장 컸고 산청군 1379㏊, 울주군 192㏊, 김해시 90㏊, 옥천군 39.61㏊ 순으로 이어졌다. 전국에서 산불로 긴급대피한 주민은 2000명에 달했다.특히 산청군 화재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과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도 상당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나흘째 산불 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산불 진화율은 71%로 전날 오후 9시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헬기는 전날 일몰과 동시에 모두 철수했으나 특수진화대원 1500여 명이 산불이 민가에 확산하지 않도록 밤새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이번 산불이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수많은 산림훼손을 발생시킨 역대급 산불로 번지는 상황에서 산림청의 산불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전날 밤 개인 SNS를 통해 "어제 산청에 설치한 산림청 지휘 본부에 들어가 봤다"며 "산림청의 산불 지휘도에 따르면 헬기 42대, 산불 진화 인력 1344명이나 투입됐다. 그럼에도 산불은 더 확산됐다"고 말문을 열었다.최 대표는 "42대의 헬기가 산불 진화하는 장면을 하루 종일 지켜봤는데 거기에서 뿌린 물벼락 때문에 산불이 옆으로 튀며 다음 헬기가 오기 전까지 더 넓게 새로운 산불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산림청 지휘도에 산불 진화인력이 1000명이 넘는다. 그런데 나무가 불타고 있는 현장엔 사람이 없었다"면서 "어제 하루 종일 산불 현장을 돌며 쇠스랑을 들고 산불을 끄는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쇠스랑을 들고 멀리서 불구경하는 몇 사람은 보긴 했다"고 부연했다. -
-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가 23일 개인 SNS를 통해 산림청의 산불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최병성 상임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산림당국이 이번 산불의 화력을 구조적으로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푄 현상으로 인해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건조한 바람이 세게 불면서 산불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확산됐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 최 대표는 "(경남 산청의 산불은) 소나무 때문이다. 산불 발화지점 위쪽이 활엽수림"이라며 "산불이 활엽수림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우측의 소나무림을 타고 이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70년대 말~80년대 산림청이 조림했던 소나무 덕에 40여 년이 지나 대형 산불 재앙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대형산불을 만들어내는 산림청, 오늘도 전국에 활엽수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고 있다"고 꼬집었다.산림청 초기진화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최 대표는 이틀 전에도 "내가 도착 후 5시간을 지켜본 후에야 산불진화대가 도착했다. 곳곳에 산불은 훨훨 타고 있지만 다들 도로가에서 구경만 할 뿐"이라며 "그동안 산불을 많이 경험했지만 산불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다. 산불을 산림청에 맡겨둔 결과가 참혹하다"고 한탄했다.앞서 산림청에서는 산불 대응에 필수적인 공중진화대 인력 유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초 공중진화대 총원 102명 중 가용 인력은 86명뿐이었는데 여기서 10명을 지방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로 파견했으며, 중앙산림재난상황실로 추가 파견이 예정돼 실질적인 현장 대응력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국내 대형 산불이 2010년대 연평균 1.6건에서 2020년 이후 연평균 6건으로 급증하며 4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산림청이 이같은 조치를 단행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의 인원수를 갖고는 산불을 진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상당하다"며 "공중진화대원 인력 개선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
- ▲ 올해 초 산림청 공중진화대 가용인원 ⓒ제보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