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뚝뚝, 예금 금리도 2%대인데 대출금리는 4%대 … 은행들은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 '호황'

국내외 불확실성 심화로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은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 금리는 버티면서 예대금리차를 키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의 1분기 순이익이 4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8% 증가한 규모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은 1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은 1조697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1조420억원) 대비 62.9% 급증했다.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 1위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1조4883억원으로 12.6%, 하나금융은 1조1277억원으로 9.1% 각각 증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뒷걸음친 셈이다.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데는 지난해 1분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비용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KB(8620억원)·신한(2740억원)·하나금융(1799억원) 수천억대 손실 배상 비용을 실적에 반영한 것과 달리 우리금융은 75억원만 반영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1분기 814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작년 동기 대비 3.8% 늘었으며, 분기 실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1분기 이자이익은 10조6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KB금융은 3조2622억원(2.9% 증가), 신한금융은 2조8549억원(1.4% 증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2조2728억원, 2조2520억원(각각 2.4% 증가)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들의 순이자마진(NIM)도 전 분기보다 대체로 개선됐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기에 은행 수익성은 악화되지만, 이번에는 은행들이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 예대마진을 방어했다.

KB금융의 1분기 NIM은 2.01%로, 전 분기(1.98%) 대비 소폭 상승했다. 신한금융(1.91%)과 우리금융(1.70%)도 각각 전 분기(1.86%, 1.66%)보다 높아졌다. 하나금융은 1.69%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4대 금융은 NIM 상승 배경으로 '저비용성 예금 증가'를 꼽았다. 정기예금 금리 인하와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대기성 유동자금 유입이 저비용성 예금 비중 확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2.58∼2.70% 수준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75%)보다 낮았다.